○ 익룡에게서 깃털이 발견되었다?!
4월 28일자 네이처지 표지에 실린 투판닥틸루스.
벨기에 왕립 자연과학연구소의 오드 신코타 박사후연구원과 아일랜드 코크대의 마리아 맥나마라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4월 20일, 이전에 브라질에서 발견된 투판닥틸루스의 머리 화석을 연구하여 여러 형태의 깃털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익룡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부터 백악기까지 살며 하늘을 날 수 있었던 파충류입니다. 공룡과 가까운 친척이지만 공룡은 아니며, 길고 강하게 발달한 네 번째 손가락에서 몸의 양옆으로 연결된 피부막을 박쥐처럼 날개로 사용하여 하늘을 날 수 있었지요.
신코타 연구팀은 투판닥틸루스의 머리뼈 화석에서 새의 깃털과 비슷한 구조를 발견했습니다. 지금까지 새와 일부 공룡에게서만 발견되던 깃털이 익룡에게서도 나타났다는 겁니다.
○ 익룡, 진짜 깃털인지 어떻게 알았을까
지금까지 고생물학자들은 익룡이 가지고 있는 피크노파이버가 새와 공룡의 깃털과는 별개의 구조라 추측했습니다. 그렇다면 신코타 연구팀은 투판닥틸루스에게서 발견된 조직이 왜 깃털이라고 추측한 것일까요?투판닥틸루스가 깃털을 가지고 있었다는 첫 번째 증거는 그 구조입니다. 투판닥틸루스 화석에서는 두 종류의 깃털이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볏 뒤쪽에서 여러 방향으로 갈라진 깃털이 발견되었는데, 이 깃털이 현대의 새가 가진 깃털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즉, 익룡 깃털의 생김새가 공룡과 새가 가진 깃털과 비슷했더라는 것이죠.
더욱 결정적인 두 번째 증거는 바로 ‘멜라노솜’입니다. 멜라노솜은 피부, 깃털, 털에 들어 있는 세포 소기관입니다. 색소인 멜라닌을 만들어 다채로운 색깔을 표현하지요. 서울대 고생물학연구실의 박진영 연구원은 “지금까지 멜라노솜은 공룡과 새의 깃털에서만 발견되었고, 멜라노솜의 구조를 통해 깃털의 색을 추측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연구팀이 전자현미경으로 깃털로 추정되는 화석을 확대 관찰한 결과 멜라노솜을 찾은 거죠. 이는 익룡의 깃털이 공룡과 새와 기원이 같다는 증거가 됩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비슷한 구조와 소기관을 가진 깃털이 익룡과 공룡에서 별개로 진화했다기보다는 같은 조상에서 진화했다고 추정하고 있어서죠.
그러면 투판닥틸루스의 깃털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보통 새의 깃털은 하늘을 날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지지만, 비행 이외에도 다양한 역할이 있습니다. 투판닥틸루스는 비막이 날개 역할을 하니 비행을 위한 깃털은 필요하지 않지요. 그 대신 연구팀은 이 깃털이 보온과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연구팀은 투판닥틸루스의 깃털 화석에서 두 가지 형태의 멜라노솜을 발견했습니다. 길쭉한 멜라노솜은 검정 색소를 만들고, 둥근 모양의 멜라노솜은 붉은 색소를 만들지요. 즉, 투판닥틸루스는 다양한 색의 깃털로 이성을 유혹하거나 적에게 경고하는 등 의사소통을 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창욱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changwoo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