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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거친 말로 분란 자초한 김문수, 노사정 대화 이끌 수 있겠나

입력 | 2022-10-14 00:00:00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정감사는 감사가 두 차례나 중단되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에 대해 “반미·반일 민족의 수령님께 충성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하자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확실한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해 전해철 환노위원장으로부터 퇴장 명령까지 받았다.

김 위원장 임명 때부터 지나친 강경 보수 성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노동계와 야권에서 제기됐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김 위원장은 4일 취임식에서 “더 진지하고 겸허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아가겠다”며 신중한 처신을 다짐했다. 개인 유튜브 채널도 중단하면서 “(과거) 입장으로 경사노위 위원장을 하기 어렵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취임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이런 약속은 빈말이 되고 말았다.

경사노위는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해 노사 간 원만한 타협을 이끌어내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표방하고 있다. 지금 노사 간에는 주 52시간 근로, 정년 연장, 중대재해법, 비정규직 문제 등 갈등 소지가 큰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노동계는 합법적 쟁의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오히려 불법 파업만 부추길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럴수록 김 위원장은 노사와 여야 의견을 경청하면서 공감대를 넓혀가는 낮은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 국감에서 보여준 김 위원장의 언행은 오히려 분란만 키울 공산이 크다.

노동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경제·안보 복합위기 국면을 맞아 경직된 노동시장은 탄력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미래를 위해 노사 양쪽을 향해 고통 분담을 호소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균형 잡힌 소통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다. 노동 현안과 무관한 질의를 한 야당의 태도도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정치적 소신이 있다고 해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다면 김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기구 수장의 자격이 있느냐는 의구심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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