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윤 원장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공원을 질주하고 있다. 그는 부산 동래고 1학년부터 ‘삶의 돌파구’로 달리기 시작해 이젠 매일 20km, 주말엔 70km 완주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병원 건물이 재건축에 들어간다고 해서 폐업을 하기로 했어요. 그동안 일하느라 가정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는데 이제 집사람과 국내는 물론 세계를 여행하면서 인생을 즐길 생각입니다. 먼저 전국의 사찰,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달릴 생각입니다.”
대학 시절 불교학생회 회장이었던 이 원장은 아내와 국내 사찰과 역사 유적지를 돌아볼 계획이다. 그는 “그 사찰이 왜 그 자리에 들어섰고, 어떤 분의 비석이 왜 그곳에 세워졌는지를 보면 옛사람들의 삶이 보일 것이고 내 삶도 반추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지역을 아내는 걷고 난 달리면서 자세히 돌아볼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에게 달리기는 삶 그 자체였다.
매일 새벽 일어나 집 뒷동산을 뛰어 오르내렸다. 나중에는 토끼뜀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그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고 나만의 도전이었기에 힘들어도 참을 수 있었다. 힘들면 걸어가면 됐다. 제약이 없었다. 나만 누리는 자유였다. 운동하고 아침 먹은 뒤 학교로 갔다. 아주 즐거운 시절이었다”고 했다.
의과대학에 들어가서도 틈나는 대로 달렸다. 단기간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데는 달리기가 최고였다. 의대를 졸업한 뒤에도 달리기는 생활의 시작이었다. 바쁜 생활 속에서 아침 달리기는 그 무엇도 줄 수 없는 행복이었다. 1990년대 중반 동아마라톤을 시작으로 마라톤대회에서 일반인에게도 참가 기회를 주자 1997년 42.195km 풀코스에 도전했다.
“친구가 ‘마라톤 대회에 한번 나가보자’고 해서 춘천마라톤에 출전했죠. 마라톤은 ‘신세계’였습니다. 풀코스를 한 번도 달려보지 않아 ‘마의 30km’ 이후엔 걷다 뛰다시피 해 3시간40분55초에 완주했죠. 풀코스 한 번 완주에 ‘해냈다’는 만족감과 희열에 몇 개월은 취해 있었죠. 그래서 계속 출전했어요. 달리기는 제가 내적으로 더욱 강인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고 달리기를 통해 내 인생과 성공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2000년 ‘달리는의사들’이란 동호회를 만들었고, 2002년부터는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대회를 시작해 달리는 행복을 주변에 알리고, 어려운 이들과 나누는 삶을 계속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 원장은 풀코스를 200번 가까이 완주했지만 이젠 대회 출전은 거의 하지 않는다. 혼자서 달리는 게 더 좋다.
“막연하게 건강해야지라는 생각은 안 됩니다. 그럼 운동을 하지 않아요. 목표를 세우고 달려야 합니다. 호주 원주민들은 하루 20km를 걷고 달렸어요. 인간은 매일 아침저녁 합쳐서 20km는 달려야 한다고 봅니다. 주말엔 토요일 일요일 70km를 달려야 진정한 마라토너 아닐까요? 전 그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양종구 기자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