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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면 ‘각’이 나와”… 2030직장인 ‘10분 소개팅’ 유행

입력 | 2022-10-14 03:00:00

식당 대신 카페서 짧고 굵은 만남
10~30분 대화후 ‘애프터’ 결정, “가성비 좋아”… 고물가속 신풍속도
점심시간 이용 사무실 근처서 만나… 오피스지역 등엔 ‘명소’까지 등장




“딱 보면 여러 번 만나고 싶은 상대인지 ‘각’이 나와요. 같이 밥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고 소개팅 결과가 달라지진 않더라고요.”

경기 과천시에 사는 직장인 안모 씨(25)는 최근 소개팅을 세 번 했지만 상대방과 식사는 한 번도 안 했다. 카페에서 만나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가량 대화를 나눈 게 전부다. 주선자를 통해 미리 상대방과 ‘잠깐만 보자’고 합의도 했다.

안 씨는 “분위기 좋은 식당에 가면 10만 원은 우습게 나가고 상대가 맘에 안 든다고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기도 어렵다”며 “카페에서 만나 ‘짧고 굵게’ 만나는 편이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가성비’가 훨씬 좋다”고 했다.

최근 2030 직장인 사이에서 카페에서 잠깐 만나는 ‘속성 소개팅’이 유행하고 있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 몇 가지를 미리 확인한 뒤 상대방을 만나 ‘느낌’만 확인하고 만남을 지속할지 결정하는 식이다. 직장인 홍창의 씨(28)는 “요즘 이 같은 형식의 소개팅을 원하는 지인들이 꽤 있어 서로 소개해주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의 경우 점심시간에 짬을 내 사무실과 가까운 카페에서 상대를 만나는 경우가 많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6일 낮 12시경 속성 소개팅이 자주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카페를 찾았는데 서로 취향을 묻거나 자기소개를 하는 2030 남녀가 5쌍가량 있었다.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오피스 밀집 지역,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근처 등 젊은층이 많이 찾는 지역에도 속성 소개팅 명소가 꽤 있다고 한다.

속성 소개팅은 최근 고물가에 ‘가성비’를 추구하는 청년층 성향이 맞물려 빚어낸 현상으로 분석된다. 속성 소개팅을 올해만 10번 정도 했다는 서울 강남구의 취업준비생 김모 씨(29)는 “커피 값은 상대 것까지 내도 1만 원 정도면 되니 부담이 적다”며 “상대방을 계속 만날지는 서너 번만 대화를 교환해도 대강 알 수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녀 간 만남에서도 ‘편익 분석’을 하면서 실속과 효율 극대화를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최원영 인턴기자 고려대 미디어학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