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식료품 제외 근원 물가는 6.6% 올라 40년만에 최고치 기록 “인플레 정점 아직 멀었다는 의미” 30년 만기 국채금리 장중 4% 육박, 美금리 4%땐 韓환율 상승 압박 커져 엔화 가치 32년만에 최저치 추락
미국의 9월 물가상승률이 주거비와 식료품비 급등으로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8.2%로 나타났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비를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은 6.6%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따라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이 연말까지 이어지며 미국의 ‘4%대 금리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 유력해졌다. 13일(현지 시간)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직후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을 가늠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서 11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91.8%까지 올랐다. 제로였던 1%포인트 인상 확률도 8.2%로 올랐다. 현재 미국 금리는 3.00∼3.25%다.
예상을 뛰어넘는 미 물가 지표가 나온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날 뉴욕 3대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로 출발했고,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4.0%에 육박하며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엔화 가치도 1990년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 40년 만에 최고치
미국 근원 CPI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3%포인트나 올렸음에도 미국 인플레이션이 아직도 정점에서 먼 상태라는 것을 뜻한다. ‘고물가의 장기 고착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근원 물가가 높을수록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정점을 찍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 노동부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끈 요인으로 주거비, 식료품, 의료비 상승을 꼽았다. 특히 가장 큰 ‘골칫거리’는 주거비다. 전월 대비 0.7% 올라 1986년 이후 3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연간 기준으로도 6.6% 올랐다.
식료품 물가는 전월 대비 0.8%, 전년 대비 11.2%로 두 자릿수로 급등했다. 반면 휘발유 물가가 전월 대비 4.9% 하락함에 따라 에너지 지수는 2.1% 내려갔다.
○ “연준 11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 90% 이상”
물가는 높은데 9월 실업률은 3.5%로 8월(3.7%)보다 낮아져 11월 연준이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 유력하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다는 징후를 보지 못한다면 상당한 (금리) 인상안을 계속해서 논의 테이블에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미 기준금리가 3.75∼4.00%가 돼 한국(3%)과 금리 차가 최대 1%포인트 이상 벌어지며 환율 상승의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