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득구간별 평균 대출액 분석
서울 송파구에서 작은 식당을 하는 김모 씨(38)는 지난해 100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익을 벌어들였다. 3년 전만 해도 3000만 원 이상은 손에 쥐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피해갈 순 없었다.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보험 약관 대출 등으로 7000만 원 넘게 빚을 내며 버텼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생활비, 자녀 교육비 등이 부족했던 김 씨는 결국 얼마 전 저축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저축은행 대출 금리가 10%가 넘고 기존 대출 이자도 부담되지만 어쩔 수 없이 500만 원을 더 빌렸다”며 “빚을 어떻게 다 갚을지 막막하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치솟는 가운데 올 들어 중·고소득 가계는 부채 줄이기에 나선 반면 김 씨 같은 저소득층은 오히려 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생계형 대출을 늘린 저소득층,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고금리 시대의 부실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달리 연소득 3000만 원 이상 가구는 평균 대출액이 일제히 감소했다. 연소득 1억 원 이상 가구는 1433만 원, 7000만∼8000만 원 미만 가구는 673만 원의 대출이 줄었다. 연소득 4000만∼5000만 원 미만 가구도 340만 원 감소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여유가 있는 중·고소득 가구는 금리 인상기를 맞아 대출을 줄이며 자산 관리에 나선 반면 취약계층은 물가 급등, 경기 악화 등이 겹치면서 오히려 생계형 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올 들어 은행 가계대출은 감소세를 이어간 반면 중·저신용자가 많이 찾는 저축은행 대출이 늘어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904조320억 원으로 올 들어 6조 원 넘게 감소했다. 반면 저축은행 가계대출은 40조395억 원으로 2조1800억 원 넘게 불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