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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탄원서 중 가장 와닿았다”…아내 집 창문 깬 남편 집행유예

입력 | 2022-10-14 10:26:00

ⓒGettyImagesBank


아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홧김에 창문을 부순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5일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3단독(부장판사 신교식)은 특수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우울증, 알코올의존증 치료 등을 명령했다.

A 씨는 지난 3월 7일 0시 20분경 아내가 거주하는 강원 원주시의 한 주택 배란다 유리창과 그 옆방 유리창을 20여㎝ 크기의 돌덩이로 깨트린 혐의를 받았다.

당시 그는 초인종을 눌렀는데도 문을 열어주지 않자 이같은 일을 벌였으며 45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2020년 9월 법원으로부터 다른 범죄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비록 다른 전과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 자숙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무겁다”며 다만 “실형 전과가 없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피해자에게 변상했다. 음주 행태, 우울증 등이 주요 원인으로 보여 재범 방지를 위해 보호관찰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피고인도 치료 의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춘천지방법원. 사진=춘천지방법원

선고를 마친 재판부는 A 씨의 노모 B 씨가 쓴 탄원서를 낭독했다. B 씨는 “10대 때 낳은 제 아들은 어렸을 때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발버둥쳤는데 아들이 이렇게 사는 게 다 제 탓만 같아 평생의 한”이라고 했다.

이어 B 씨는 “(사건 당일) 저는 며느리와 같이 그 집에 있었다. 알코올 치료 후 퇴원한 아들이 찾아와 자신의 집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홧김에 창문을 부순 것”이라며 “며느리를 보호하고자 제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 고치겠다고 노력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졌다. 최근에는 이혼 등으로 너무 외롭고 불쌍한 인간이다.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탄원서를 낭독한 재판부는 “지금까지 재판하면서 수많은 탄원서를 받아봤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는 탄원서”라며 “피고인에게 그 내용을 전해주고 싶었다. 제2의 삶을 잘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A 씨는 피고인석에서 고개를 떨군 채 소리 내 울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일주일 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사건은 종결됐고 형의 집행을 유예받은 A 씨의 1심 형량은 그대로 확정됐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