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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피해자들 “가해자는 대한민국”…대통령 사과 요구

입력 | 2022-10-14 15:45:00


 과거 군사정권 시절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이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대통령이 만든 내무부훈령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임이 명백해졌으므로 현직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협의회 등은 이날 오후 진실화해위가 위치한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피해자 단체는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에 따라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배보상 특별법 제정 등 피해 구제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현직 대통령 및 관련 기관의 직접적인 사과 ▲국회와 정부의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구제 방안 마련 및 이행 ▲형제복지원 피해 배보상 특별법 제정 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을 통한 배보상 규정 신설 등을 요구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박근호씨는 “형제복지원에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가 가족과 생이별하는 등 고통을 겪었다”며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국가로부터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 이제 가해자 대한민국 정부는 우리에게 사과하고, 국회와 정부는 우리를 위한 실질적 지원과 배보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황정봉씨는 “아이들을 잡아다 10년 동안 가둬놓고, 국가는 40년 동안 수수방관했다. 그동안 험난하고 비참하게 살아왔다”며 “국가에서 보상할 부분 있으면 빨리 해주고, 치료할 부분 있으면 치료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1960년부터 1992년까지 운영된 형제복지원은 사회 통제적 부랑인 정책 등을 근거로 공권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 부랑인으로 분류된 사람들을 강제 수용해 강제노역·폭행·가혹행위·사망·실종 등을 겪게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8월23일 제39차 위원회를 열고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은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이 강제수용의 근거로 활용한 내무부 훈령 410조가 법률유보·명확성·과잉금지·적법절차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봤다. 해당 훈령은 부랑인 단속반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을 어떠한 형사절차도 밟지 않고 수용 시설에 무기한으로 강제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각종 시설에서의 수용 및 운영 과정에서 피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사과 주체는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권고 대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권고의 집행 부서는 정해지지 않은 단계”라면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과를 할 지는 앞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이날 “진실화해위는 조사기관이라는 한계 때문에 사과 주체를 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