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본토로 강제 병합하고도 완전히 점령하지 못한 자포리자주(州)에 국경 통제 규칙을 마련하고, 이탈 주민을 감시하는 방식으로 병합지 다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자포리자를 벗어나 타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주민들은 자포리자 임시 정부에 출생증명서, 귀환 예정일, 휴대전화 일련번호 등 내용을 기입한 서류를 제출한 뒤 정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개 점령지(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주)를 러시아 연방으로 공식 병합하는 내용의 법안에 최종 서명한 이후 시행되기 시작했다.
WP에 따르면 지난달 말 자포리자를 떠나려는 지역민들의 대기 행렬에 미사일 3발이 덮치면서 최소 30명이 숨지고 8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러시아가 자포리자 전선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교전을 이어가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이탈하는 자포리자 주민을 단속하기 위해 이러한 새 경계 규칙을 마련해 적용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주민 이탈 감시 강화로 병합지의 불안전한 상황을 다지려는 목적이 담겼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자포리자까지 이동을 관리 감독하는 올렉시 사비츠키는 “러시아는 자포리자 행정구역이 확정되는 대로 공식적인 국경을 설치할 계획을 하고 있다”며 “국경이 설치되면 통제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수립한 자포리자 행정부 관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영토 병합을 공식 선언하기 이전까지는 다른 점령지에서 자포리자를 찾은 사람들이 하루 평균 2000명에 달했다.
두 아이와 함께 자포리자를 떠나 키이우로 완전 이주를 결심한 사샤 발루이스키는 WP와 인터뷰에서 “매일 밤 자포리자를 뒤덮는 미사일 소리에 더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발루이스키는 징집 연령에 속한다는 이유로 자포리자 밖으로의 이동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내와 두 아들만 키이우로 이동해야 했고, 그는 가족들과 헤어져 홀로 자포리자에 남겨졌다.
가족들과 함께 헤르손을 피해 자포리자로 왔다는 알렉산드라는 다시 자포리자를 떠나려 했지만 검문소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러시아인들이 훔친 땅에 머물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이주를 계획했지만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