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서 입주 기간이 끝났는데도 예비 입주자 5명 중 4명은 입주하지 못한 단지가 나왔다.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 침체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부동산 불패’ 지역으로 꼽히던 서울 강남권에서도 신축 주택 입주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더샵반포리버파크는 9월 26일까지인 입주 지정기간이 2주 이상 지났지만 현재 입주율이 20% 수준(140채 중 약 30채)에 머무르고 있다. 이 단지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자체 설문 조사에서 잔금을 치르지 못한 약 40% 이상 세대가 계약 해지를 고려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공문을 시행사에 보내기도 했다. 입주 지정일이 지나서도 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연체이자를 물어야 하고, 계약을 해지하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
해당 단지는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전용면적 49㎡, 140채 규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지 않아 지난해 2월 한 채당 17억~18억 원(3.3㎡당 평균 7990만 원)에 분양됐다. 당시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분양가(3.3㎡당 평균 5273만 원)보다 높아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특정 단지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하는 수도권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지난달 51.6을 나타냈다. 지수가 기준선(100.0)보다 낮을수록 입주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 사업자가 적다는 의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융위기 당시에도 입주자들이 분양가 인하 등 조건 변경을 요구하는 일이 많았다”며 “전세가 떨어지는 만큼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단지 위주로 미입주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