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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혼란’ 英재무장관 취임 38일만에 초단기 경질

입력 | 2022-10-15 03:00:00

감세案중 ‘법인세 동결’도 철회
후임엔 헌트 前외교장관 임명




무리한 감세 정책으로 리더십에 치명적 타격을 입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재정 정책 실패 책임을 물어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14일 경질했다. 또 법인세율을 동결하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하는 등 감세안을 추가로 철회했다.

영국 총리실은 14일(현지 시간) 콰텡 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제러미 헌트 전 외교장관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38일간 재임한 콰텡 장관은 영국 역사상 두 번째로 임기가 짧은 재무장관으로 남게 됐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정부의 법인세율 인상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세율을 19%에서 25%로 올리려던 지난 정부의 계획을 취소하고 동결할 방침이었으나 이를 무효화하기로 한 것이다. 법인세 동결은 지난달 23일 트러스 총리가 발표한 430억 파운드(약 69조 원) 규모 감세안인 ‘미니 예산’ 정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우리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시장 움직임이 예상보다 빠르고 규모가 컸다”며 “현재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 안정이고, 이것이 오늘 내가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유”라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가 이처럼 물러선 데에는 영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영국 안팎의 비판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취임 전부터 대규모 감세를 예고했던 트러스 총리의 유턴은 이번이 두 번째다. 트러스 총리는 미니 예산 발표 후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영국 국채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3일 고소득자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계획을 접은 바 있다. 이후 11일 만에 법인세율 동결 방침까지 철회하면서 취임 전부터 공약해온 대규모 감세안을 백지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세안 추가 철회 전망에 14일 영국 증시 FTSE100 지수는 전날보다 1.13%포인트 상승하는 등 다소 안정됐다. 만기 30년 영국 국채 수익률은 한때 전날보다 0.3%포인트 낮은 4.24%로 떨어졌다. 파운드화 환율 역시 1.13달러에 거래되며 전날보다 소폭(0.3%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