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통화스와프 심리적 안정엔 도움되나 만병통치약 아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서 워싱턴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5일(현지시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과 관련, “통화스와프가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인데,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합동 연차총회에 참석한 이 총재는 이날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워싱턴특파원들과 만나 “통화스와프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결정”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해서 글로벌 유동성 상황이 변할 때 미국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보 공유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스와프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심리적 안정을 가져오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렇다고 달러 강세가 지속될 때 환율이 절하되는 것을 막을 것이냐에 대해선 상시스와프를 가진 다른 나라도 다 절하되고 있고, 2008년 스와프를 했을 때도 환율이 단기적으로 확 떨어지지만 수개월이 지나면 다시 트렌드를 따라 절하됐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담보로 미 연준으로부터 달러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인 ‘피마 레포’(Foreign and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y Repo, FIMA Repo) 활용 가능성에 대해 “2008년 등을 겪으면서 많은 안전장치와 도구가 있다”면서 “지금은 쓸 필요가 없지만, 필요한 상황이 오면 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의 금리인상 폭과 한은의 금리인상 폭 차이에 따른 환율 상승 가능성에 대해 “저는 이자율 격차가 환율의 유일한 결정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기계적으로 미국의 이자율을 따라가지 않는다. 환율로 인해 물가 얼마나 오랫동안 높을지, 물가 영향력과 금융 안정을 통해 금리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자율 격차가 생기면 환율이 반드시 절하된다고 보지 않는다. 격차는 환율 결정의 여러 요인 중 하나”라며 “지금은 전 세계가 같은 방향으로 가서 조심할 뿐이지, 유일한 결정요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경기 전망과 관련해선 “2달 전보다는 경착륙 가능성이 커진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얼마나 나빠질지 의견은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강달러 현상이 다른 국가들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스필오버(spillover)’가 올해 총회의 주요 논의 주제였다면서 “여러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 자체 인플레이션이 높아 당분간 물가 안정을 위해 계속 금리를 올리는 추세를 가져가야 한다’, ‘너무 조급하게 추세를 멈추면 오히려 비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면서도 그런 정책이 미치는 여러 스필오버도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미국의 배려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자국 인플레이션과 상황을 우선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아무리 글로벌 리더라고 하지만, 자국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나는 것을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과거 경험이나 달러가 차지하는 위치를 볼 때 (미국도) 해외에 (영향을) 주는 스필오버와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다시 미국으로 유입되는) 스필백(spillback)을 고려할 것”이라면서 “그에 따라 우리가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 연기금 사태에서 보듯 스필오버가 달러 외채가 많은 국가나 저소득국뿐만 아니라 순채권국 등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특히 비(非)은행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인상 기조와 관련해 “11월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서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말씀드릴 수 없다”며 “당장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어떻게 될지, 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엔과 위안화가 어떻게 움직일지 불확실성이 많아 (이것을) 보면서 결정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특파원간담회에 앞서 진행된 애덤 포센 PIIE 회장과 대담에서 지난달 외환 당국의 환율 방어가 효과적이었다며 “당국이 보유한 탄환(달러)이 충분한데다 우리가 환율 추세 자체를 뒤바꾸려는 게 아니라 그 속도만 통제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간 갈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는 국가가 있다면 그건 중국”이라며 “우리의 중국 친구들이 러시아의 전쟁을 멈추기 위해 더 노력하고 미국과 대화해 파편화 위험을 줄이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워싱턴=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