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 뉴시스
정치범 및 반체제 인사가 많은 이란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에서 15일 화재가 발생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후 지난달 16일 의문사한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22) 사건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은 교도소에서조차 치안 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나 정정 불안 우려가 높다. 화재가 반정부 시위와 직접 관련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나 이 곳에는 다수의 시위 참가자가 구금되어 있고 일부 재소자는 반정부 시위대의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5일 오전 10시부터 교도소에서 총성이 울리고 수차례 폭발 소리가 들렸다. 한 목격자는 “구급차가 많이 도착했고 특수 부대원도 보였다”고 전했다. 일부 재소자는 창문 밖을 향해 반정부 시위대가 쓰는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구호를 외쳤다. ‘히잡 의문사’에 반발하는 시위대는 1989년부터 33년째 집권 중인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하며 이 구호를 쓰고 있다.
테헤란 북부의 에빈 교도소는 1972년 설립됐다. 당시 팔레비 왕조는 전제 군주제에 저항하는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하며 정치범을 이 곳에 수감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 후에는 신정일치 통치와 이슬람 원리주의에 반발하는 반정부 인사, 이중 국적자, 외국인 등이 갇혔다. 개혁파 아크바르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딸 파아제흐 하셰미 전 의원, 유명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 등도 반체제 선동 혐의로 갇혀 있다. 간첩 혐의로 투옥됐다 최근 석방이 결정된 미국과 이란의 이중 국적 사업가 바쿠에르 나마지와 아들 시아마크 부자(父子) 또한 이 곳에 갇혔다 풀려났다. 미국은 고문 등 심각한 인권 유린을 이유로 2018년 이 교도소를 제재했다.
이란 곳곳에서는 14,15일 양일간에도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영국 소재 인권단체 ‘이란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약 한 달간 이어진 시위로 233명이 숨지고 70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14일 전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