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주행중인 카카오T 택시 모습. 2022.2.24 뉴스1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을 아예 지웠습니다.”
15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직장인 박모 씨(27)는 택시 호출 앱 카카오 T가 먹통이 되면서 1시간 넘게 발이 묶였다. 카카오톡으로도 주변 사람들과 연락이 안 돼 불편을 겪었다는 그는 “서버 관리도 제대로 못한다는 생각에 카카오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며 “앞으로는 메신저로 네이버 라인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쓸 생각”이라고 했다.
●‘디지털 대피’ 나선 시민들
15, 16일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겪은 시민 중 일부가 대체 서비스를 찾아 나서는 ‘디지털 대피’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메신저(카카오톡), 택시호출(카카오T), 간편결제(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서비스 다수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빚어지자 자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라인은 16일 오전 국내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인기 앱 1위에 올랐다. 15일 네이버는 모바일 앱 홈 화면 검색창 아래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땐 글로벌 메신저 라인 사용하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티맵 처음 설치했어요”
15일 저녁 가족 모임에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던 직장인 김모 씨(36)는 카카오내비가 먹통이 되자 갓길에 차를 세우고 ‘티맵’을 깔았다. 김 씨는 “카카오내비의 전신인 ‘김기사’ 때부터 애용해왔는데 이번 사태로 스무 살 면허 딴 이후 처음 티맵을 깔았다”며 “당분간 두 서비스를 번갈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모 씨(26)는 15일 경기 하남의 쇼핑몰에서 돌아오는 길에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르려다 실패하자 바로 우티앱을 열었다. 김 씨는 “예전에 우티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잘 안 잡혀 카카오T를 주로 썼는데 이날은 바로 잡히더라. 앞으로도 우티앱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15일 평소 의존하던 카카오맵이 작동하지 않아 초행길에 대중교통편을 찾지 못했다는 김모 씨는 “구글지도와 네이버지도 앱을 새로 깔았다”고 했다.
●‘카카오 의존도 낮추기’ 공유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서비스별로 카카오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대체 서비스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글도 조회 수가 많았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 씨(27)는 “7년 동안 써온 다음 블로그가 한때 먹통이 됐는데, 그 동안 쌓인 데이터가 날아갔을까 봐 아찔했다”며 “앞으로는 다음만 사용하지 않고 네이버, 구글 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으로 관련 글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친구 및 회사 동료 등과의 대화가 주로 카카오톡에서 이뤄져 왔고, 그 동안의 대화와 사진 등이 저장돼 있어 갈아타기가 쉽지 않다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정모 씨(29)는 “15일 라인을 설치해보니 카톡 친구는 약 900명인데 라인은 200명대였다”며 “앞으로 비중은 다소 줄이더라도 카톡을 계속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소설희 인턴기자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김보라 인턴기자 고려대 한국사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