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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英 신임 재무, 증세-공공지출 삭감 시사

입력 | 2022-10-17 03:00:00

“세금 일부 인상… 지출 효율화해야”
트러스 총리 ‘감세 통한 성장’ 막내려




감세 정책을 밀어붙이다가 파운드화 및 국채가격 급락을 초래해 취임 38일 만에 경질된 쿼지 콰텡 전 영국 재무장관의 뒤를 이은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장관(56·사진)이 전임자와 정반대인 증세 및 공공지출 삭감 정책을 시사했다. ‘감세를 통한 경제 성장’을 주창하며 9월 집권한 리즈 트러스 총리의 ‘트러스노믹스’(트러스+이코노믹스)가 닻을 올리기도 전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헌트 장관은 임명 다음 날인 15일 BBC, 스카이뉴스 등 언론 인터뷰에서 “세금은 사람들이 바란 만큼 내려가지 않을 것이고 일부는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지출 또한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부처는 추가 효율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출 삭감을 촉구했다.

그는 ‘증세와 재정 긴축으로 돌아가는 것이냐’란 질문에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같은 긴축을 말하는 건 아니지만 세금과 지출 양면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시인하는 듯한 취지로 발언했다.

헌트 장관은 트러스 총리와 마찬가지로 명문 옥스퍼드대에서도 최상위 엘리트만 속한 ‘철학정치경제(PPE)’를 전공했다. 그러나 총리를 결정하는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 때는 트러스 총리가 아니라 경쟁자인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을 지지했다. 자신을 반대한 헌트를 요직에 발탁할 만큼 트러스 총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으며 영국 경제 상황 또한 위중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당 일각에서는 트러스 총리가 지난달 23일 감세안을 철회한 뒤에도 파운드화 및 국채가격 하락이 이어지자 그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