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연임’ 당대회] 黨대회서 무력침공 가능성 시사 “집중통일영도 강화” 3연임 공식화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개막한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통한 중화민족 부흥’을 새로운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기 위해 향후 5년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하면서 “당 중앙의 집중통일영도 강화”를 지시했다. ‘집중통일영도’는 시 주석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가리킨다.
시 주석은 대만 통일을 “민족 부흥”과 연결시키며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중화민족이 21세기 중반 미국을 제친다’는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식 현대화’와 대만 통일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최소 5년 집권 연장과 권력 집중도 필요하다는 논리로 3연임과 장기 집권을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당대회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지금부터 중국공산당의 중심 임무는 중국식 현대화를 전면 추진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해 두 번째 100년 목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100년’은 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을 가리킨다.
시진핑, 권력독점 선언 “집중통일영도로 중국식 현대화”
習 “대만 통일 반드시 실현”
“공동부유 통해 중국식 현대화 달성…핵심기술 공방전 결연히 승리해야”
군사력 강화-전략적 억지력 강조…대만 유사시 美개입 차단 의도
대만 “물러서지 않을것” 즉각 응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양사오두 당 중앙기율위 부서기, 차이치 베이징 당 서기, 궈성쿤 중앙정법위 서기, 천민얼 충칭시 서기(시 주석 뒤 왼쪽부터)가 박수를 치고 있다. 양사오두, 차이치, 천민얼은 시 주석의 측근 그룹이다. 베이징=AP 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업무보고에서 “평화통일의 앞날을 쟁취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지만”이라고 말한 뒤 이같이 강조했다. “모든 필요한 조치의 옵션을 남겨둘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조국의 완전한 (대만) 통일은 반드시 실현해야 하고 또 반드시 실현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 2300명의 참석자는 시 주석이 “통일”을 얘기하는 대목에서 가장 큰 박수를 쏟아냈다.
○ 習, 美와 반도체 패권 경쟁 “승리하겠다”
시 주석은 “국가 통일은 민족 부흥 역사의 바퀴가 힘차게 앞으로 굴러가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식 현대화와 이를 통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자신의 장기 집권을 정당화할 새로운 목표로 내세운 시 주석이 대만 통일도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한 것이라며 장기 집권의 명분으로 삼은 셈이다.
시 주석의 발언은 중국 국무원이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22년 만에 펴낸 ‘대만 백서’에 나온 내용과 비슷하지만 시 주석이 직접 무력 침공 가능성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미 중앙정보국(CIA) 윌리엄 번스 국장은 시 주석이 3번째 집권이 끝나는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하라는 지시를 중국군에 내렸다고 최근 밝혔다.
시 주석은 무력 통일에 대해 “이는 외부 세력의 간섭과 극소수의 대만 독립 분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대만과 밀착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실전화한 군사훈련을 심도 있게 추진해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강력한 전략적 억지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막을 수 있도록 핵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이날 즉시 성명을 내고 “대만은 주권과 자유,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시 주석은 “관건적 핵심 기술 공방전에서 결연히 승리해야 한다”며 “중국인의 밥그릇은 반드시 자신의 손 안에 확실히 쥐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의 반도체 등 첨단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해 과학기술을 자립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 중화민족 부흥 내세워 권력 독점 정당화
시 주석은 이날 1시간 44분 동안 약 1만4000자 분량의 연설을 했다. 5년 전 집권 2기를 시작한 제19차 당대회 때 3시간 반, 3만2000여 자의 연설에서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시 주석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반중 전선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국내 민심 이반 등을 우려해서인지 ‘안전(安全·50차례)’과 ‘온정(穩定·10차례)’이라는 단어를 총 60차례 사용했다. 그는 “국가안보는 민족 부흥의 근간이며, 사회 안정은 국력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현대화’라는 단어도 50차례 사용했다. 이날 시 주석이 강조한 핵심 키워드는 ‘중국식 현대화’였다. 특히 시 주석은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 목표를 위해 자신을 중심으로 한 중국공산당의 “영도(지도)”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주의 현대화의 이유로 내세운 “중화민족의 부흥”은 17차례 등장했다. 서방이 중국 사회주의의 폐쇄성과 통제, 인권 침해를 비판하고 있지만 ‘중화민족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중국몽’을 위해 공산당 일당 독재를 포기할 뜻이 없다고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이다.
시 주석은 중국식 현대화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이 제시한 경제 구호인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기)’ 실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동부유는 표면상 발전의 수혜를 전 국민이 공유할 수 있게 분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다. 시 주석은 ‘공동부유’를 강조하면서 “민영 경제 발전을 흔들림 없이 장려, 지원, 지도”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동부유는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소비재 영역 등에서 민간기업의 활동 범위를 대폭 넓혀준 개혁개방 40여 년 역사와 달리 민영기업에 대한 통제 강화를 의미한다.
특히 시 주석은 “지금부터 중국식 현대화를 전면 추진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중국공산당의 중심 임무”라며 이를 위해 “당 중앙의 집중통일영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 1인에 대한 권력 집중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덩샤오핑이 권력 분점을 위해 만든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붕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자신을 중심(center)으로 내걸며 야망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