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근 비판을 받은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예고지침)에 대해서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생각을 시장에 알려줘 미리 사인을 주는 게 목적”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동행기자단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최근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3.0%로 인상했다. 지난 7월에 이은 두 번째 빅스텝이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물가상승률이 5%대를 지속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금통위에서는) 3.5%에서 위로 보는 분도 있고 밑으로 보는 분도 있다”면서 “다음 금통위 전까지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보고 그에 근거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비판을 받고 있는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미리 제시해 시장의 통화정책 예측 가능성을 키우는 커뮤니케이션(소통) 수단이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포워드 가이던스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빅스텝 단행 후에 향후 기준금리를 0.25%p씩 인상하겠다고 제시했다가 최근 다시 빅스텝을 밟자 시장에서는 포워드 가이던스와 다르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전제 조건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비판에 서운함을 토로했다. 이 총재는 “전제 조건이 있다”며 “예를 들어 미국이 금리를 한참 올린다든지 유가가 확 뛰든지 하면 바뀌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3.5% 수준이 적당한지는 여러 전제가 달려있다”면서 “금통위의 생각을 커뮤니케이션하고 그 전제에서 다음 금통위 전까지 무슨 일이 생길 때 시장이 이에 근거해 기대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국내 물가 전망에 대해 이 총재는 “유가가 90달러 선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경제성장률도 내년 2% 흐름을 가져가면 10월 정점을 이루겠지만, 내려오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가 잡힐 때까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물가를 잡을 때까지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저소득층, 빈곤층은 기본적으로 재정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금리인상으로) 힘든 사람이 굉장히 많아지는데, 타깃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한쪽에서는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 올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힘들다고 재정을 풀면 영국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외환보유고 감소에 대해서는 “일본은 엔화 가치를 140원 선에서 방어하는데 최소 두 배는 썼을 것”이라며 “우리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는 충분한 양이라고 생각하고 해외에선 우리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