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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자식 있다며 6억 요구”…웹툰작가 주호민이 전한 그날

입력 | 2022-10-17 08:35:00

웹툰작가 주호민 페이스북 갈무리


주식 투자에 실패한 남성으로부터 강도 피해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유명 웹툰작가 주호민 씨가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주 씨는 17일 오전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5개월 전에 저희 집에 강도가 들었다. 굳이 알릴 일인가 싶어서 말을 안 했는데 기사가 떴더라”고 말했다.

당시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주 씨는 방충망을 통해 침입한 A 씨와 마주쳤다고 한다. 검은 옷, 검은 복면을 입고 12cm 길이의 흉기를 들고 있던 A 씨는 놀라 넘어진 주 씨의 위로 올라탄 뒤 입을 막았다고 한다.

주 씨는 “너무 놀라서 1% 정도는 ‘몰래카메라’ 인가 싶은 생각도 있었다. 너무 비현실적이었다”며 “이 사람이 정말로 죽이려고 들어온 건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복부를 찔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양손을 다 베였다”고 설명했다.

몸 싸움을 벌이던 두 사람은 대치 상황에 돌입했고 A 씨는 주 씨에게 쪽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주 씨는 “읽어보니까 자기 자식이 불치병에 걸려서 미국에서 치료해야 한다고 하더라. 6억원이 넘게 필요하다고 했다”며 “(나는) 실제로 그 돈이 없기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대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주 씨는 “(A 씨가) 찌를 생각이 없었는데 제가 피를 흘려서 당황한 게 눈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말을 하면 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때까지는 불치병에 걸렸다는 걸 믿었기 때문”이라며 “그 사이에 아내가 경찰에 신고해놨더라. 경찰 열 분이 테이저건을 들고와서 바로 진압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A 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주식 투자로 빚을 지게 된 A 씨는 유튜브 방송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주 씨의 집 주소를 알아내고 사전답사를 마친 뒤 범행을 한 것.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지난달 30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로부터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튜브 채널 ‘엠드로메다’ 갈무리

주 씨는 “저는 진짜로 도와줄 생각도 있었는데 그때는 좀 화가 나더라”며 “나중에 그분이 재판을 받게 됐는데 비록 불치병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8살 된 아이가 있는데 아빠가 왜 집에 못 오는지를 모르고 있더라. 용서를 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 합의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흉터는 크게 남아있다. 다행히 신경을 다치지는 않아서 기능은 문제가 없는데 비가 오면 손목이 욱씬거린다. 다행히 아이들은 상황을 보지 못했다”며 “누가 깜짝 놀라게 하는 장난을 치면 당시 상황이 떠오르는 트라우마가 남았다”고 말했다.

주 씨는 “실망스러운 건 보안업체의 일 처리”라며 “아무런 사후 조치가 없다. 아침이라 경보는 꺼져있었는데 사후에 보강하는 것도 없었고 경찰이 CCTV 자료를 요청하니까 저보고 직접 USB를 준비하라고 하더라.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