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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두 잃었다”…‘집단 매장’ 우크라 이지움 주민들이 전한 그날

입력 | 2022-10-17 10:16:00


“7명 가족 모두를 한 번에 잃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탈환에 성공한 동북부 하르키우주의 이지움에서 500구 이상의 시신이 묻힌 집단 매장지가 발견된 가운데, 주민들이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과 현지 보도 등에 따르면 이지움의 주민 야센티우크는 지난 3월 러시아군의 공격 당시 7명의 가족 모두를 한 번에 잃었다며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아내와 숙모, 딸, 딸의 남편, 15세와 10세 아들, 손자 모두를 잃었다.

공격이 발생한 뒤 가족들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모두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지난 3월9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이지움 한 아파트 단지에서만 주민 절반에 달하는 54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CNN은 해당 아파트 단지의 생존자와 전 주민, 유족들을 인터뷰한 뒤 러시아군의 공격 당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종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이지움은 전쟁 전 4만명이 조금 넘는 인구가 거주하는 작은 동네였다. 어렸을 적 친구들이 오랫동안 함께 친구로 지내며 가족처럼 지내는 곳이었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탱크로 아파트 단지를 공격했고, 공습을 피해 은신해있던 가족과 친구들은 지하실에 묻힌 채 그대로 숨졌다고 전했다.

주민 프라이발리키나는 “사람들은 갈기갈기 찢어졌고, 나의 어머니도 (공격에 의해) 찢겼다”고 말했다.

그의 여동생 빅토리아는 어머니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공격이 가해졌던 아파트 단지를 매일 찾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시신들의 얼굴이 모두 파괴돼 누구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던 탓이다.

현재 이지움의 집단 매장지의 대부분의 무덤에는 나무 십자가가 그려져 있으며, 일부는 꽃이나 화환이 놓여 있는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지난 8일 이지움에선 민간인 시신 534구 이상이 발견됐다. 시신 중엔 여성 226명, 어린이 19명도 포함돼 러군의 참혹함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유골(447구)는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이지움 마을의 집단 매장지에서 발굴되면서 러군의 전쟁범죄 의혹도 불거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