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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웅’이라더니…간호사들, 환자 줄자 퇴사 내몰려

입력 | 2022-10-17 10:50:00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병동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자, 위기 당시 최전선에서 희생했던 일부 간호사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간호협회는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코로나19 치료에 참여한 전국 245개 병원 간호사 764명(코로나19 병동 근무자 58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 가운데 휴직·사직 압박 관련 문항은 코로나19 병동 감축 이후 원래 근무했던 부서로 복귀하지 못한 간호사 229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 코로나19 병동 폐쇄 뒤 기존 근무 부서에 돌아가지 못한 간호사의 60.3%(138명)는 무급휴직이나 권고사직 압박을 당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6%(22명)는 무급휴직·권고사직 압박을 받진 않았더라도 연차 강제 사용, 타 병동 헬퍼 역할 등 다른 압박을 경험했거나 여러 차례 부서가 옮겨지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환자 감소와 병동 폐쇄 후 다른 부서로 배정받은 간호사의 83.0%(190명)는 본인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타 부서 근무가 결정됐으며, 이 중 69명은 타 부서 근무 가능성에 대한 사전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기존 근무 부서로 돌아가지 못한 간호사들은 인력이 없는 부서에 배치(38.0%·87명)되거나, 매일 다른 병동을 돌며 헬퍼 역할(37.1%·85명)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타 부서에 배치된 간호사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간호사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데 분노를 느꼈다” “쓰다가 버려지는 소모품 취급을 당해 절망했다” “간호사 업무에 회의감이 들었다” “자존감이 떨어졌다” “혼선을 초래한 정부 정책에 불만을 느꼈다” 등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간호협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극한의 업무강도와 위험부담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인정과 지지 덕분이었는데 코로나19 유행이 감소한 이후 바로 버려지는 현실에 배신과 분노, 절망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부당한 대우를 당했음에도 대부분의 간호사는 다시 코로나19 유행이 확산하면 코로나19 병동 배치를 수락하겠다(62.0%)고 밝혔다. 다만 흔쾌히 수락한다는 답변은 0.4%였고, 32.7%는 원 부서 복귀를 약속한다면 수락한다고 했으며 28.9%는 어쩔 수 없이 수락하겠다고 답했다. 30.1%는 감염병 병동에 다시 배치되면 사직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간호협회는 “‘코로나 전사’ ‘코로나 영웅’이라는 공치사 같은 말보다는 실질적인 간호사 안전대책과 적정한 보상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강선우 의원도 “간호사들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웠지만, 환자가 감소한 이후로는 잉여 인력 취급을 당하는 등 부당한 근무 환경에 처한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감소·확산세에 따라 바뀌는 정부 행정명령과 병원의 일방적 인사로 현장 혼란이 심각해졌다. 투입된 인력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