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강제징병 아들 무사귀환 염원하며 만든 조끼…등록문화재된다

입력 | 2022-10-17 10:44:00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병 무사귀환 염원 조끼. 문화재청 제공


일제강점기와 1950~1960년대 등 당시 시대 상황을 보여주는 의복들이 국가등록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1950년대 낙하산 블라우스’, ‘1960년대 신생활복’, ‘일제강점기 무사귀환 염원 조끼와 어깨띠’ 등 총 3건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한다고 17일 예고했다. 이 3건은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검토를 거쳐 문화재 등록 여부가 확정된다.

무사귀환 염원 조끼와 어깨띠는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 징집되는 아들을 걱정하며 어머니가 직접 제작한 옷이다. 조끼 뒷면과 어깨에는 ‘무운장구(전쟁에서 무사하길 기원)’가 적혀있고 착용자의 이름도 함께 적혀있다.

당시 일본에는 출정 나가는 군인을 위해 한 조각의 천에 1000명의 여성이 붉은 실로 한 땀씩 박아 1000개의 매듭을 만들어 준다는 풍습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상황에 이 풍습이 국내까지 전해졌다. 

문화재청은 “국권 침탈이 우리 문화의 깊숙한 부분까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강제징병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1950년대 낙하산 블라우스. 문화재청 제공

1950년대 낙하산 블라우스는 6·25전쟁 직후 대구에서 최경자 디자이너가 만든 옷이다. 당시 폐 낙하산을 재활용해 만든 옷이 인기를 얻자 수입 나일론 원사를 사용해 만들었다. 

1960년대 신생활복도 최경자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옷으로 파란색 원피스 형태로 저고리와 치마를 분리하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이 옷들은 당시 생활 복식사는 물론 한복의 현대화 과정을 간직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민의 의복 생활을 개선하고 재건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신생활복장’을 제정하고 이를 널리 보급하고자 전개했던 국민 재건 운동의 단면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육사 친필 엽서. 문화재청 제공

한편 문화재청은 ‘광야’, ‘청포도’ 등 시를 남긴 저항시인 이육사(본명 이원록·1904~1994)가 친필로 쓴 편지와 엽서를 이날 국가등록문화재로 확정했다. 이 유물들에는 생활고를 겪거나 친척들을 그리워하는 모습 등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의 인간적 면모가 담겨있다.

또 문화재청은 1921년 건립된 ‘서울 구 천도교 중앙총부 본관’도 국가등록문화재에 올렸다. 이곳은 독립운동과 사회계몽 활동이 이뤄진 주요 장소로 당대 건축기술의 한계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민족종교 활동 및 민족운동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