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음악가가 9시간에 걸친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는 동안 의료진을 돕기 위해 색소폰을 불었다. 당연하게도, 의료진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연주회는 아니었다.
영국의 데일리미러가 15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GZ’라는 이니셜로만 알려진 이탈리아의 한 음악가는 뇌에 있는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페이데이아 국제병원에 입원했다. 종양은 뇌의 민감한 부분에 퍼져 있었다. 집도의들은 GZ의 뇌 기능을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고 종양을 제거할 방법을 고심했다.
의료진은 종양을 안전하게 제거하기 위해 GZ에게 수술 중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각성 수술’을 제안했다. 각성 수술은 수술을 집도하는 동안 환자가 깨어 있어 특정 활동에 따른 뇌파 변화를 관측하는 수술 방법이다. 각성 수술을 통하면 뇌 수술에 필수적인 ‘뇌 지도화 과정’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두개골을 절개하는 과정에는 마취를 실시하며 이후 환자를 깨워 수술을 집도한다. 뇌에는 고통을 느끼는 ‘통증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깨어난 환자는 어떤 고통도 느끼지 않는다.
GZ는 의료진의 요청에 따라 종양이 제거되는 동안 이탈리아 국가, 영화 ‘러브 스토리(1970)’의 주제곡 등을 반복해서 연주했다. 10명의 의사가 뇌파 분석 장비를 이용해 GZ가 연주할 때 뇌의 어느 부위가 활발히 활동하는지 분석했고 집도의들은 이를 통해 건강한 뇌에서 종양을 신중히 구별해 내 제거해 나갔다.
9시간의 대수술 끝에 GZ의 종양은 성공적으로 제거됐다. GZ의 수술 집도를 맡은 크리스티안 브로그나는 겉보기에는 같아 보이는 뇌도 환자의 직업과 성장 환경에 따라 미세하게 다른 방식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뇌 관련 수술을 개인에 맞춰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각성 수술이 거의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GZ는 수술 중 별다른 두려움이나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으며 현재 건강하게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