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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둘까 수없이 고민” 워킹맘의 위기 극복 비결은…

입력 | 2022-10-17 13:37:00


동아DB

“제 자신이 스스로 알에서 껍질을 깨고 나온 병아리 같아요.”

충남 부여군의 한 유통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강민경 씨(44·여)는 요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뒀던 강 씨가 올해 7월 20여 년 만에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강 씨는 2020년 ‘부여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산회계자격증과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다니는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강 씨는 취업 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자신감 회복’을 꼽았다. 강 씨는 “맡는 업무가 하나씩 늘어갈수록 신기하고 배우는 즐거움도 느끼게 된다”며 “더 많은 여성들이 이런 기회를 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145만 경단녀 위한 ‘새일센터’


강 씨처럼 결혼,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은 지난해 기준 144만8000명. 15~54세 기혼여성 832만3000명의 17.4%에 달한다.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경력단절여성들을 위해 취업 상담부터 직업 훈련, 취업 알선과 고용 유지 등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새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초 지자체 단위별로 여성인력개발센터나 여성회관 등이 새일센터로 지정된다. 새일센터는 올해 7월 기준 전국에 총 159곳이 있다. 지난해 기준 약 64만 명이 새일센터를 이용했고, 이중 약 18만 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노동시장 변화에 발맞춰 경력단절여성이 양질의 일자리에 진출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IT 등 고부가가치 직종에 대한 교육훈련 과정도 확대하고 있다. 2016년 25개였던 새일센터의 고부가가치 교육훈련 과정은 올해 66개까지 늘었다.

여가부는 또 최근 경력단절 정책의 대상을 확대했다. 관련 법 명칭을 기존의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으로 변경해 정책의 대상을 경력이 잠시 끊긴 여성뿐만 아니라 이미 재직중인 여성,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여성 등으로 넓혔다. 또 성별 임금격차 등 노동시장의 구조도 경력단절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올 6월부터는 법률상 ‘경력단절여성’의 정의를 바꾸는 등 관련 법을 손질했다. 경력단절여성의 경력단절 사유로 기존의 결혼,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 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추가한 것이다.


● 경력단절은 ‘예방’이 핵심



여가부는 경력단절과 관련해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재직 중인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등 경력단절을 사전에 방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력단절 예방지원 사업으로는 크게 경력개발, 인사·노무 상담, 직장문화 개선 컨설팅 등이 있다. 경력단절 예방지원 사업을 펼치는 새일센터는 2019년 35곳에서 지난해 75곳으로 늘어났다.

IT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 전지수 씨(34·여)도 서울 종로새일센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경력단절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3살 아들을 둔 전 씨는 올해 봄 일주일에 3번 이상 막차를 타고 귀가해야 할 정도로 많은 업무량에 힘들었다. 전 씨는 가정과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빨리 회사를 관둬야 하나. 더 버티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을 수없이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전 씨는 종로 새일센터의 커리어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곳에서 전 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워킹맘 강사로부터 커리어 상담 뿐만 아니라 워킹맘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전 씨는 “먼저 같은 길을 걸어간 선배 워킹맘이 나눠준 경험을 토대로 버틸 힘을 얻었고 힘든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새일센터는 동아일보와 채널A의 일자리 박람회인 ‘2022 리스타트 잡페어―다시 일상으로, 다시 일자리로’ 행사에 참여한다. 종로 새일센터와 중구 새일센터가 각각 19일과 20일에 오프라인 부스를 마련하고 일대일 구직상담 및 일자리 안내, 경력단절 예방 지원사업 등에 대해 안내할 예정이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가정 문화를 양립해 경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경력단절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성들이 경력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환경을 조성해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고령화 시대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