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DB
충남 부여군의 한 유통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강민경 씨(44·여)는 요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뒀던 강 씨가 올해 7월 20여 년 만에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강 씨는 2020년 ‘부여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산회계자격증과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다니는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강 씨는 취업 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자신감 회복’을 꼽았다. 강 씨는 “맡는 업무가 하나씩 늘어갈수록 신기하고 배우는 즐거움도 느끼게 된다”며 “더 많은 여성들이 이런 기회를 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145만 경단녀 위한 ‘새일센터’
강 씨처럼 결혼,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은 지난해 기준 144만8000명. 15~54세 기혼여성 832만3000명의 17.4%에 달한다.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경력단절여성들을 위해 취업 상담부터 직업 훈련, 취업 알선과 고용 유지 등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새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초 지자체 단위별로 여성인력개발센터나 여성회관 등이 새일센터로 지정된다. 새일센터는 올해 7월 기준 전국에 총 159곳이 있다. 지난해 기준 약 64만 명이 새일센터를 이용했고, 이중 약 18만 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노동시장 변화에 발맞춰 경력단절여성이 양질의 일자리에 진출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IT 등 고부가가치 직종에 대한 교육훈련 과정도 확대하고 있다. 2016년 25개였던 새일센터의 고부가가치 교육훈련 과정은 올해 66개까지 늘었다.
여가부는 또 최근 경력단절 정책의 대상을 확대했다. 관련 법 명칭을 기존의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으로 변경해 정책의 대상을 경력이 잠시 끊긴 여성뿐만 아니라 이미 재직중인 여성,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여성 등으로 넓혔다. 또 성별 임금격차 등 노동시장의 구조도 경력단절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올 6월부터는 법률상 ‘경력단절여성’의 정의를 바꾸는 등 관련 법을 손질했다. 경력단절여성의 경력단절 사유로 기존의 결혼,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 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추가한 것이다.
● 경력단절은 ‘예방’이 핵심
IT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 전지수 씨(34·여)도 서울 종로새일센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경력단절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3살 아들을 둔 전 씨는 올해 봄 일주일에 3번 이상 막차를 타고 귀가해야 할 정도로 많은 업무량에 힘들었다. 전 씨는 가정과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빨리 회사를 관둬야 하나. 더 버티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을 수없이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전 씨는 종로 새일센터의 커리어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곳에서 전 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워킹맘 강사로부터 커리어 상담 뿐만 아니라 워킹맘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전 씨는 “먼저 같은 길을 걸어간 선배 워킹맘이 나눠준 경험을 토대로 버틸 힘을 얻었고 힘든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새일센터는 동아일보와 채널A의 일자리 박람회인 ‘2022 리스타트 잡페어―다시 일상으로, 다시 일자리로’ 행사에 참여한다. 종로 새일센터와 중구 새일센터가 각각 19일과 20일에 오프라인 부스를 마련하고 일대일 구직상담 및 일자리 안내, 경력단절 예방 지원사업 등에 대해 안내할 예정이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