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의 여파로 지난달 집값과 전세금이 하락폭을 더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집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이 떨어졌다. 반면 월세 선호 현상은 더 심화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파트의 대체제로 손꼽히며 주목받아왔던 오피스텔도 이런 시장 분위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값이 하향세로 바뀐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은 17일(오늘) 이런 내용의 보고서 ‘월간주택가격동향’과 ‘오피스텔가격동향’ 두 편을 나란히 발표했다. 두 보고서는 모두 국가승인통계로 매월 15일에 공개되는데, 이달에는 주말이 끼어 있어 공개시점이 이틀 늦어졌다.
● 9월 집값 하락폭 13년 8개월 만에 최대
월간주택가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매매가격은 전국적으로 0.49% 떨어졌다. 전월-0.29%)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0.55%)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부동산원은 이에 대해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로 매수심리가 급감한 가운데 매물 가격 하락조정이 지속되고, 급매물 위주의 거래가 진행된 결과”로 풀이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0.64%)이 비수도권 지역(-0.35%)보다 하락폭이 컸다. 시도별로 보면 세종이 무려 1.37% 떨어지며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했고, 대전(-0.88%)과 인천(-0.86%) 등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경기(-0.71%) 울산(-0.64%) 부산(-0.54%) 광주(-0.50%) 등도 0.50% 이상 하락했다.
주택유형별로는 아파트와 연립주택은 모두 전달보다 하락폭을 확대했지만 단독주택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아파트는 수도권 위주로 하락폭을 키웠지만 단독주택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지역 모두 상승세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전세금도 지난달에 0.50% 하락하며 전월(-0.28%)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수도권의 하락폭(-0.68%)이 비수도권(-0.33%)을 배 이상 웃돌았다. 기준금리 인상과 월세 선호에 따른 전세 매물 적체 등이 원인이었다. 특히 수도권에서 전세금 하락을 주도한 인천(-0.92%)의 경우 입주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매물이 쌓인 상태에서 거래심리 위축이 지속된 것이 직격탄이 됐다.
반면 월세(통합기준)는 지난달에 0.10% 상승했다. 순수월세는 0.17%, 준월세는 0.14%, 준전세는 0.01%가 각각 올랐다. 다만 상승폭은 전월 대비 축소돼,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 9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도 하락세 전환
오피스텔도 주택과 마찬가지로 지난달에 매매가와 전세금은 하락폭을 키웠고, 월세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상승세를 이어갔던 서울지역 오피스텔 매매가도 지난달에 하락세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오피스텔가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매매가는 0.14% 하락했다. 전월(-0.07%)보다 하락폭이 배가 커졌다. 지역별로는 수도권(-0.11%)보다는 비수도권(-0.25%)의 하락폭이 컸다. 시도별로는 부산(-0.29%)과 대구(-0.29%)가 가장 많이 떨어졌고, 인천(-0.26%)이 뒤를 이었다.
전세금도 분위기는 비슷했지만 하락폭은 훨씬 컸다. 전국적으로 지난달에 0.11% 떨어지며 전월(-0.02%)보다 5배 이상 하락폭을 키웠다. 수도권(-0.08%)보다는 비수도권(-0.20%)의 하락폭이 컸다. 다만 시도별로는 수도권인 인천(-0.28%)이 가장 많이 떨어져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원은 이에 대해 “인천은 오피스텔 매매가가 하락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신축 아파트 전세매물이 늘어난 영향으로 오피스텔 전세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피스텔 월세는 지난달에 전국적으로 0.13% 올랐지만 전월(0.16%)보다는 상승폭이 줄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0.16%)이 크게 오른 반면 비수도권(0.00%)은 보합세였다. 부동산원은 이에 대해 “수도권지역은 생활 인프라가 양호하고, 직주 근접이 가능한 오피스텔에 대한 직장인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수도권지역은 교통 접근성이 우수한 일부 오피스텔을 제외하곤 신규 오피스텔 공급 확대에 따른 매물 증가의 영향으로 상승폭이 줄어들면서 보합세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