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SK㈜ C&C의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를 안보이슈로 판단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규제를 받았던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질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나 SK C&C 등은 KT 등 기간통신사업자와 달리 국가 재난관리 체계에 들어와 있지 않다. 체계 안에 들어올 경우 재난대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정부의 점검을 받는 등의 의무가 생긴다. 또한 사고 발생 시 정부에 마련된 대응센터에 사고 내용을 보고하고 조치하는 등의 체계가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논의의 배경은 과거에는 부가통신사업의 중요성이 기간통신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으나,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이 대폭 성장하며 그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때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사례가 대폭 늘었다. 병무청은 2019년부터 현역 입영과 예비군 훈련 통지서 2차 알림을 카카오톡으로 발송한다. 1차는 병무청 자체 앱으로 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안내, 운전면허 갱신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행정안전부의 ‘국민비서 구삐’도 카카오톡과 네이버 등 민간 앱을 활용해 서비스를 전달한다.
당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은 민간 데이터센터에 재난이나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가 정부에 관련 보고를 하고 위반 시 매출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 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정부의 현장조사 근거 등을 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관련 회의를 통해 부가통신망이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할 예정”이라며 “국민 절대 다수가 이용하는 카카오톡 메신저나 네이버 포털 사이트 등이 통신망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재난관리시설 기본계획에는 민간 데이터센터가 빠져있어 일부를 제외하면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정부에게 알릴 의무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2020년 민생당 박선숙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법안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호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서비스를 하는 경우엔 재해복구센터(DR)를 의무화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한다고 법률에 명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금융사에 대해서는 전자금융감독규정을 통해 이중화 등에 대한 의무를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기업에 의무만을 강조하며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 해외 클라우드 기업에는 규제를 똑같이 적용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연구원장은 “민간사업자들의 의무를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부담시킬 경우 감당 가능한 1위 사업자 외의 다른 사업자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호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