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현황-대응방안 토론회 악성댓글 부정적 영향 첫 계량화… ‘2명 중 1명’ 직-간접 피해 경험 “플랫폼 사업자 조치 인센티브 줘야… 표현 자유 억압 않는 수준 ID 공개”
악성 댓글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최대 35조 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악성 댓글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플랫폼 사업자가 악성 댓글을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7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 주최로 열린 ‘악성 댓글,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토론회’에서는 악성 댓글의 현황과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범수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장은 발표를 통해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최소 30조5371억 원, 최대 35조34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악성 댓글의 부정적 영향을 계량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연구소가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악성 댓글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용자는 46.5%로, 두 명 중 한 명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답변이 80.5%에 달했다. 인터넷 이용자가 바라는 악성 댓글 문제 해결 방법은 ‘작성 및 유통에 대한 법적 처벌 강화’가 54.8%로 절반이 넘었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위해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는 10.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소장은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익명성으로 인한 낮은 온라인 윤리의식과 처벌 규정 개선이 필요하며 정책과 교육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악성 댓글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에는 플랫폼 사업자 임의로 악성 댓글에 대해 임시 조치를 한 경우 면책 규정이 없는데 사업자가 책임감을 갖고 자발적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상습 악플러에 대한 일정 기간 댓글 이용 제한 조치 등 포털 사업자의 약관에 기반한 자율 규제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수준에서 ID 공개를 하도록 하거나,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들을 자율 규제 형식으로 페널티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은 1일 사용자가 10만 명 이상인 정보서비스 제공업체에 게시판 이용자 ID 등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황보승희 의원은 “이용자 스스로가 악성 댓글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자각하도록 유도하고 긍정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