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났다. 데이터 센터와 불과 2킬로 정도 떨어진 판교역 주변에 카카오 아지트가 있다. 사진은 17일 카카오 아지트 내부 모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지난 주말 터진 카카오 먹통 사태는 국민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독점 기업들이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카카오톡은 국내 메신저 시장의 90% 정도를,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함께 장애를 일으킨 네이버는 인터넷 검색 포털 시장에서 비중이 압도적이다.
카카오톡 장애로 5000만 사용자는 일상 대화, 업무상 소통이 중단됐다. 카카오 계열사가 운영하는 택시 호출, 송금, 결제 등 20여 개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었다. 카카오에 연계된 정부 행정서비스까지 멈췄다. 전 국민이 네트워크로 이어진 초연결 사회에서 플랫폼을 독점한 민간 기업의 실수가 어떻게 사회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지 확인시켜 준 사건이다.
사태를 예방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ICT 기업 데이터센터에 대한 정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018년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 사건 이후 정부와 국회는 통신사처럼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에 포함시키는 입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자체 보호조치로 충분하다”는 해당 기업들의 반발 때문에 무산됐다. 법이 통과됐다면 ‘국민 메신저’를 운영하면서 자체 데이터센터 하나 없이, 특정 임대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집중시켰다가 초유의 네트워크 교란 사태를 일으키는 일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플랫폼 산업은 승자 독식, 독점으로 귀결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쏠림이 심화되고, 그만큼 수익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미국, 유럽연합(EU)이 ‘빅테크’에 더 많은 책임을 묻고, 독점을 줄이기 위한 입법을 서두르는 이유다. 커진 공적 역할만큼의 책임과 의무를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들에 지울 수 있도록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