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캐리비안의 해적’ 등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 e메일 인터뷰 1980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 드라마로 42년만에 리메이크 CSI처럼 범죄 수사물 성격 짙어 ‘비버리 힐스 캅’ 4편 등 과거 제작했던 인기작 속편 추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1980년)에서 주인공 줄리언(리처드 기어·윗쪽 사진 오른쪽)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상류층 중년 여성과 함께 연회에 참석한 장면. 아랫쪽 사진은 42년 만에 리메이크된 드라마에서 오픈카를 운전하는 줄리언(존 번솔). 살인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가기 전 화려했던 삶을 보여준다. 파라마운트+ 제공
원작은 물론 42년 만에 리메이크 드라마를 만든 건 미국 영화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79). 원작 영화는 그가 제작해 첫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 ‘탑건’(1986년) ‘더 록’(1996년) ‘아마겟돈’(1998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2003∼2017년) 등을 제작하며 할리우드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할리우드의 미다스 손’ 브룩하이머를 최근 동아일보가 단독으로 e메일 인터뷰했다.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를 42년 만에 드라마로 리메이크한 할리우드 스타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반면 드라마는 그가 제작한 ‘CSI’ 시리즈처럼 범죄 수사물 성격이 짙다. 줄리언(존 번솔)이 복역하던 중 진범이 밝혀져 15년 만에 출소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브룩하이머는 “줄리언이 누명을 벗은 이후 이야기로 시작하면 그가 삶을 재건해가는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
줄리언이 미성년자 시절 지골로로 키워지는 모습이나 누명을 씌운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도 두루 보여준다. 아동학대와 빈곤 등 사회적 문제도 녹였다. 브룩하이머는 “줄리언을 범인으로 몰았던 선데이 형사와 (줄리언과 사랑에 빠진 유부녀) 미셸 이야기도 자세히 담았다”고 했다.
영화에서 지골로는 화려한 면에 치중한 반면 드라마는 현실적이고 초라한 면을 부각한다. 브룩하이머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는 등 시대가 변하며 성 노동자도 큰 영향을 받았다. 줄리언 같은 이가 설 자리가 남았느냐는 의문 역시 드라마가 짚는 주요 포인트다. 상류층 성 노동자라는 ‘서브 컬처’와 누명 쓴 사람이 기회를 얻는다는 보편적인 줄거리를 함께 다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원작 영화의 ‘지골로’란 단어가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아메리칸 플레이보이’로 이름을 바꿔 1985년에야 개봉됐다. 드라마는 원제를 그대로 살렸다. 브룩하이머는 “전 세계가 같은 타이틀을 쓰는 건 좋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히트한 ‘탑건: 매버릭’ 개봉을 앞두고 6월 한국을 찾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단짝’으로 불리는 톰 크루즈와 함께 레드카펫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며 한국 사랑을 과시했다. ‘탑건: 매버릭’은 국내에서 816만 명 넘게 관람하며 올해 개봉 외화 관객 수 1위를 지키고 있다.
“당시 한국 팬들이 보여준 환대는 압도적이었어요. 충성심 높은 팬들을 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제 작품을 한국에서 따뜻하게 맞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탑건3를 제작할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브룩하이머는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배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한국 영화계에도 큰 관심도 보였다.
“한국 콘텐츠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들이 나오는 모습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혁신적이고 독특한 감각을 작품에 불어넣는 사람들과 일하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한국 감독,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은 생각이 있냐고요? 물론이죠.”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