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취업상담-훈련-알선까지 종합 지원… IT 등 고부가가치 훈련 과정 늘려 지난해 64만명 중 18만명 취업 성공… 재직중 여성 커리어컨설팅 등 제공 경력단절 예방 위한 지원사업 활발… 이달 19∼20일 일자리 박람회 개최
서울 금천구에 있는 남부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에서 디지털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 디자이너 양성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새일센터는 최근 빅테이터나 정보기술(IT) 등 고부가가치 직종의 교육훈련 과정을 늘리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제가 스스로 껍질을 깨고 알에서 나온 병아리 같아요.”
충남 부여군의 한 유통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강민경 씨(44·여)는 요즘 새로운 인생을 사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뒀던 강 씨는 올해 7월부터 20여 년 만에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강 씨는 2020년 ‘부여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산회계자격증과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 다니는 회사의 취업에도 성공했다.
강 씨는 취업 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자신감 회복’을 꼽았다. 그는 “맡은 업무가 하나씩 늘어갈수록 신기한 데다 배우는 즐거움도 느끼게 된다”며 “더 많은 여성이 이런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145만 경력단절여성 위한 새일센터
국내에 강 씨처럼 결혼,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은 지난해 기준 144만8000명에 이른다. 이는 15∼54세 전체 기혼여성 832만3000명의 17.4%에 달하는 수치다.새일센터는 노동시장 변화에 맞춰 경력단절여성이 양질의 일자리에 진출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나 정보기술(IT) 등 고부가가치 직종의 교육훈련 과정을 늘리고 있다. 2016년 25개였던 새일센터의 고부가가치 교육훈련 과정은 올해 66개로 늘었다.
여가부는 또 최근 경력단절 정책의 대상을 늘렸다. 기존에는 관련 법 명칭이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이던 것을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으로 변경했다. 이를 통해 정책지원 대상을 직장 경력이 끊긴 여성뿐 아니라 이미 재직 중인 여성과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여성 등으로 넓혔다.
또 여가부는 성별 임금격차 등 노동시장 구조가 경력단절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올 6월부터는 법률상 경력단절여성의 정의를 바꿨다. 구체적으로 경력단절여성의 경력단절 사유로 기존의 결혼,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추가했다.
○ 경력단절은 ‘예방’이 핵심
여가부는 경력단절과 관련해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직 중인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경력단절 예방지원 사업으로는 크게 경력개발, 인사·노무 상담, 직장문화 개선 컨설팅 등이 있다. 경력단절 예방지원 사업을 펼치는 새일센터는 2019년 35곳에서 지난해 75곳으로 늘어났다.IT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 전지수 씨(34)도 서울 종로새일센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경력단절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세 살 아들을 둔 전 씨는 올봄 일주일에 3번 이상 지하철 막차를 타고 귀가해야 할 정도로 업무량이 늘었다. 전 씨는 가정과 아이를 돌볼 수 없게 되자 ‘회사를 관둬야 하나, 아니면 더 버티는 게 맞을까’ 하는 고민을 수없이 했다고 한다.
한편 새일센터는 동아일보와 채널A의 일자리박람회인 ‘2022 리스타트 잡페어―다시 일상으로, 다시 일자리로’ 행사에 참여한다. 종로 새일센터가 19일, 중구 새일센터가 20일에 행사장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오프라인 부스를 마련하고 일대일 구직상담 및 일자리 안내, 경력단절 예방지원 사업 등에 대해 안내한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가정 문화를 양립해 경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경력단절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성들이 경력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환경을 조성해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고령화시대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