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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0원 기업에도 준 ‘청년고용장려금’

입력 | 2022-10-18 03:00:00

재무요건 확인 않고 지원대상 늘려… 1488억 받은 중기 4800곳 폐업
청년 일자리는커녕 세금만 낭비… 후속 사업도 재무요건 없이 운영
감사원 “재무기준 설정해야” 지적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고 도입했던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받은 뒤 문을 닫은 중소기업이 전국 4800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소한의 재무 요건도 확인하지 않고 부실 기업까지 지원하다가 일자리 창출은커녕 세금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장려금의 후속 사업 역시 기업 재무 상태를 따지지 않고 지원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 ‘매출 0원’ 기업도 고용장려금 지급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17일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신청한 다음 한 차례 이상 받아간 사업장은 7만8294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올해 8월 말까지 폐업 사실이 확인된 사업장이 4800곳이다. 청년을 새로 채용했다고 정부 지원금까지 받아간 기업들이 문을 닫아 고용이 끊긴 것이다. 폐업한 사업장 4800곳은 그동안 청년 근로자 2만2331명을 채용해 장려금 1488억 원을 받았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목적으로 2017년 처음 도입됐다. 초기엔 성장유망 중소기업에 한해 지원했지만, 2018년 3월 유해업종을 제외한 전체 5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으로 대상을 늘렸다.

선정된 기업은 청년 1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1인당 연 최대 900만 원을 최장 3년 동안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신규 신청 및 접수가 끝났고 현재는 기존 신청한 기업들에 잔여 장려금만 주고 있다.

문제는 지원 대상을 늘리는 과정에서 기업 매출액 등의 재정건전성 관련 자료 제출 절차를 없앴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재무 상황이 열악해 경영을 이어가기 힘든 기업들까지 지원금을 받아갔다.

실제로 지난해 3∼8월 청년 4명을 채용해 1230만 원을 받아간 A사는 같은 해 9월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했다. 세금 신고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 회사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매출이 0원이었다. 이후 지난해 9월까지 발생한 매출도 499만7963원에 불과했다. 임 의원은 “국민 혈세로 운영하는 사업인데 폐업 직전 기업까지 지원하는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감사원도 “지원기업 경영 상황 봐야”
이 같은 문제점은 올해 4, 5월 진행된 감사원 감사에서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달 고용부에 통보한 감사 결과 자료를 통해 “경영 상태를 사전 심사하지 않아 사업 취지와 달리 청년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는 부실 사업장을 지원할 우려가 있다”며 “인건비를 지원하고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사한 일자리 사업을 할 때는 폐업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지원하지 않도록 최소 매출액 등 재무적 기준을 설정하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하지만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의 후속 사업으로 올해 신설된 ‘청년 일자리 도약장려금’ 역시 이 같은 재무 요건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 장려금은 올해 1월 이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정규직으로 뽑은 중소기업에 1인당 연간 최대 960만 원을 지원한다. 채용한 청년이 6개월 이상 실업 상태거나 고교 졸업 이하 학력 등 ‘취업애로 청년’ 요건에 맞아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내년에 지원 기업을 모집할 때는 새로 재무 요건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