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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한반도 군사력 균형, 바로잡을 때다[동아시론/안드레이 란코프]

입력 | 2022-10-18 03:00:00

北, 비핵화 아닌 핵군축 회담 노리며 폭주
ICBM 통상궤도 발사, 7차 핵실험 위기
한미일 협력 강화하고 억제 수단 확보해야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


9월 하순부터 북한은 미사일 발사, 공군 훈련, 전술핵 운용 훈련 등 대규모 훈련을 계속 진행했으며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 최신 기술도 과시했다. 특히 10월 4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통과했고 4500km를 비행한 후 태평양에 낙하했다. 북한의 최근 요란한 군사활동은 무기기술 발전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정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 메시지를 읽기란 어렵지 않다. 북한은 전략핵·전술핵 그리고 운반수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을 잘 표시했다. 얼마 전까지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이 저하되어 있었는데, 북한은 세계의 관심을 끌어야만 외교를 잘할 수 있는 국가다. 평양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세계의 관심 유무와 무관하게 북한이 여전히 열심히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메시지의 기본 수취인은 미국이다. 북한은 일본도 한국도 그저 버튼을 ‘잘’ 누르면 현금이 나오는 현금인출기로 볼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북제재 때문에 작동하지 못한다. 따라서 북한의 ‘공갈 외교’ 대상은 제재를 완화·해제해서 대북 지원 및 투자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인 미국이다. 지금 북한은 중국에서 사실상 무조건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옛날만큼 제재 완화가 중요하지 않기는 하다. 그래도 북한 지도부는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도, 외부의 투자를 받을 수 없는 것도 문제로 생각한다. 제재의 완화나 해제를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이를 원한다. 한편으로 김정은은 최근에 자신감이 부쩍 많아진 모습이다. 북한은 제재 완화뿐만 아니라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제한 또는 대규모 원조 등의 추가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메시지는 미국이 빨리 ‘양보’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양은 미국이 가만히 있다면 조만간 더 많은 핵탄두를 가진 북한을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 한다. 평양의 전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최근에 그들의 태도는 많이 경화되었다. 지난달 북한은 핵을 새롭게 법제화했고, 특히 북한 비핵화를 목적으로 하는 회담에 절대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 명언했다. 원래 서울과 워싱턴은 북한과의 회담을 ‘비핵화를 위한 회담’으로 묘사했지만 평양은 이제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선언했다.

물론 비핵화를 주장하는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타협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무조건적 지원 때문에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는다. 미국이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회담을 거부한다면, 북한은 계속 새 무기를 개발하고 실험할 것이다.

평양의 다음 카드는 많다. 북한은 미 대륙을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1만 km 이상의 화성-14·15·17형 등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고각으로 발사했지만, 통상궤도로 발사한 적이 없었다. 조만간 ICBM을 발사할 수 있다. 미국 여론을 심하게 자극하기 위해 미국 서해안 해상을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동시에 북한은 국군을 궤멸시키고 남한을 정복하기 위해서 전술핵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7차 핵실험은 전술핵 시험 가능성이 큰데, 시간문제로 볼 수 있다.

현 상황에서 한미일은 뾰족한 대응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신냉전 때문에 새로운 대북제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한미일 측에는 사실상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북한의 압박을 무시하는 것인데, 이 경우 북한은 무기를 더욱 열심히 개발하고 갈수록 위험해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핵군축 회담을 하고, ‘양보’를 주고, 어떤 합의에 서명하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북핵 개발 속도를 둔화시키겠지만, 장기적으로 북한 군수경제의 성장을 도와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몇 년 후 북한은 그 합의를 파기하고 다시 핵 질주를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일, 특히 서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한국 입장에서 제일 핵심 과제는 구멍이 난 미국 핵우산을 수리·강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자신과 유사한 위협에 직면한 일본과의 협력을 많이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서울과 도쿄가 같은 목소리를 낸다면 워싱턴이 진지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물론 미국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와 같은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다만 이 정책들 모두 결정적인 대책은 아니다. 어느 경우든 핵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이다. 그래도 서울은 한미일 협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심하게 흔들리는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을 바로잡을 간절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