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만 1만7400여대 판매 호조… 3월 부품 공급 막히며 공장 스톱 유지비 부담 크고 현지송금도 불가… 佛르노-日닛산 생산 종료도 영향 “정몽구 명예회장 각별히 공들여… 최대한 버텨보려 할 것” 전망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러시아 공장 유지 여부에 대한 경영진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공장 매각도 주요 시나리오 중 하나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르노, 일본 닛산 등 경쟁사들이 연이어 철수하는 상황에서 현대차도 생산 설비 유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는 러시아 정세와 향후 전망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경영진에 보고했다. 이 보고서에는 러시아 공장 매각 시 시나리오와 영향을 분석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러시아법인은 8, 9월 두 달 동안 단 한 대의 차량도 팔지 못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1, 2월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러시아 현지와 유럽시장에 매월 1만7000여 대씩 판매했다. 3월부터 부품 공급이 막히면서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을 멈춰 세웠다. 재고 차량 판매 등 영업 활동은 이어져왔지만 7월(14대) 이후로는 이마저도 끊긴 것이다. 러시아 발트해 연안 도시 칼리닌그라드의 현지 업체 압토토르에 위탁했던 차량 생산도 최근 중단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장을 당장 매각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차는 2010년 연 생산 20만 대 규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준공했다. 2016년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직접 러시아 공장을 찾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어려움이 있더라도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이후에도 2020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옛 GM 공장을 추가 인수하는 등 생산 설비 확충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러시아 내 시장점유율 2위까지 올랐다. 게다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도 러시아에 함께 진출해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반 구축도 시작했다. 러시아 상황이 언제 급변할지 알 수 없는 만큼, 현대차가 최대한 버텨보려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함께 나오는 배경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