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내 글에 같은 일을 하는 누군가가 아무런 설명 없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댓글을 남겼다. 우물 안 개구리는 ‘1) 넓은 세상의 형편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견식이 좁아 저만 잘난 줄로 아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사전적인 의미나 우리가 흔히 쓰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지금의 내 모습을 살짝 비꼬려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나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인지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한 회사에 다니다가 2년 만에 그만두고 전혀 다른 일, 도배를 시작했다. 이전의 우물에서는 나왔지만 결국 또 다른 새로운 우물로 들어온 셈이다. 특히 나는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정해진 팀원들끼리만 일을 하기 때문에 넓은 세상에 관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기 쉽지 않다. 우물 안에 갇혀 세상을 좁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쉽사리 우물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설사 지금의 우물에서 나가더라도 결국에는 또 다른 우물로 들어가야 한다. 결국 사람은 우물 안에서 사는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우물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우물 안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우물 속에서 정체되지 않고 내 우물을 확장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닐까?
한편으로는 한 우물만 깊이 파기보다는 우물을 계속해서 넓혀가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분야 외에도 여러 분야와 소통하고 협업하며 자신의 우물을 확장시킨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주변에 도움을 주고 또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는 소통을 통해 배워가며 자기 시야를 넓혀간다.
나 역시 도배라는 새로운 우물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고 내 우물을 깊이 파며 동시에 넓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내 작업 결과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기술자로 거듭나기 위해 매일매일 기술을 발전시키며, 동시에 도배만 하기보다는 세상에 내 이야기를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거나 ‘N잡’을 하며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고 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내가, 그리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들이 아주 깊은 혹은 아주 넓은 우물을 만들 수는 없다. 경험도 실력도 부족하니 섣불리 우물 밖으로 나가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러니 계속해서 깊이 파고 넓혀가는 그 과정을 너그럽게 지켜봐주는 것은 어떨까. 얼마나 아름답고 멋있는 우물이 만들어질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