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장관이 리즈 트러스 총리의 감세정책 등 경제계획을 발표한지 한 달도 못돼서 극적으로 번복하면서, 트러스총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총리직에서 버틸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정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트러스 총리는 자신은 사임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헌트 재무장관은 트러스의 감세안의 “거의 전부를” 삭제한다고 밝혔다. 트러스의 대표적인 에너지정책과 불과 지난 주까지도 되풀이해서 공공부문 재정지출은 삭감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까지 모두 뒤집었다.
이러한 신속한 정책 번복으로 그 동안 요동치던 금융시장은 진정되었고 정부의 경제정책 신뢰도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신임 트러스 총리의 평판과 권위는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트러스 총리는 하원에 출석해서 경제정책 관련 질의에 응하라는 야당대표의 요구를 거절하고 그 대신 페니 모돈트 하원원내 대표를 내보냈다. 모돈트는 “트러스가 책상 밑에 숨어있는것 아니냐”는 야당의 질문을 부인했다.
지난 달에 취임한 트러스 총리의 대변인은 총리와 헌트장관이 경제정책 변화에 합의했다고 말했지만, 헌트 장관은 “어려운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받았다”며 자신의 자유의지로 정책을 바꾼다는 것을 드러냈다.
헌트는 의회에서 트러스 총리를 옆에 앉혀놓고 의원들에게 트러스의 소득세 1% 포인트 인하를 비롯한 모든 감세정책을 취소했다. 금융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는 “영국은 우리 공약을 지키고 빚을 갚을 만한 재력이 있는 나라다”라고 강조했다.
헌트는 트러스가 그의 첫 재무장관 크와시 콰르텡을 취임한지 불과 6주만에 경질하고 지난 14일에 새로 임명한 장관이다. 너무 성급한 감세추진으로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과 비난이 빗발치자 헌트는 일단 새 정부의 신뢰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헌트는 주말 내내 트러스의 경제 정책을 해체하고 불과 1주일 전에 발표한 새 예산안까지 수정했다. 17일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가구당 지원하는 에너지 보조금에 상한선을 제정하고 트러스의 공약인 생계비 연료비 상승 억제마저 흔들어놓았다.
그는 의회에서 그런 방책으로 앞으로 1년간 320억파운드를 절감할 수 있으며 소비부문 절약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트의 발표후 런던의 파운드 가격은 1% 상승한 1.13달러가 되었다. 하지만 런던의 싱크탱크인 회계연구소의 폴 존슨 소장은 그 정도로는 불충분하다며 “지난 몇 주일 동안 손상된 경제적 손해를 벌충하려면 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헌트의) 방향전환은 올바른 방향이며 크고 분명한 새로운 첫 걸음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번의 금융시장 소동으로 트러스는 취임후 가장 빨리 레임덕에 이른 총리가 되었다. 지난 7월 윤리문제와 음주 스캔들로 축출된 보리스 존슨 총리 대신에 총리직에 오른 그는 보수당 내에서도 이미 경질설이 파다하다.
하지만 보수당은 누가 대안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트러스 총리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 “ 다음 총선까지 내가 보수당을 이끌겠다는 결심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으로서는 과거 외교부와 보건부 장관을 지낸 헌트장관의 등용에 희망을 거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이 유일한 타개책이며 트러스 내각을 당분간 유지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런던= 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