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 개명한 래퍼 카니예 웨스트. AP뉴시스
힙합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카니예 웨스트가 극우성향 소셜미디어 ‘팔러’ 인수에 나선다. 반 유대주의 발언으로 인스타그램에 이어 트위터에서도 퇴출당하자 자신이 소셜미디어의 대주주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팔러를 운영하는 팔러먼트 테크놀로지는 17일(현지시간) “예(개명한 카니예 웨스트의 새 이름)에게 팔러 플랫폼을 매각하기로 하고 협의 중”이라며 “빅 테크의 검열에 반대해 온 예는 그의 재능을 ‘캔슬 없는 문화’ 창조를 위해 쓸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수 계약은 연말께 완료될 전망이다.
예는 성명서에서 “보수적인 생각이 논쟁적으로 해석되는 세계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표현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초 파리 패션위크에서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와 미국 내 인종차별 논란에 불을 지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를 비꼰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어 인스타그램에 유대인 혐오로 비칠 수 있는 대화 내용을 올려 퇴출된 데 이어 트위터에서도 반 유대 주의 트윗 문제로 계정이 정지됐다. 이에 아예 극우성향 SNS인 팔러 인수에 나선 것이다.
팔러는 ‘표현의 자유’를 앞세운 SNS로 트위터와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반발한 극우주의자들의 ‘피난처’로 불린다. ‘1·6’ 미 의사당 난입 사건에 이용된 것으로 나타나 애플과 구글 앱스토어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조지 파머 팔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팔러는 카리스마적인 리더가 필요하고 예는 표현의 자유 지지자”라며 예의 반유대주의 발언에 “누가 맞고 그름을 결정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옹호했다.
예의 팔러 인수는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억만장자나 권력자들의 ‘소셜미디어 쇼핑’의 일환이란 해석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에 나서고, 도널드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이라는 소셜미디어 회사를 만든 바 있다. 블룸버그는 “억만장자들이 소셜미디어를 자신들의 ‘놀이터’로 삼고 여론을 장악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