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때 미국에 입양됐으나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추방 위기에 몰린 애덤 크랩서(신송혁)씨 (출처=KGW-TV)
“입양 37년 만에 미국서 추방돼 한국으로 돌아온 원고의 삶은 혼란과 고통의 시간이자 자식들과의 이별의 시간이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한 마디를 하는데 1분10초가 걸렸다. 소송대리인의 떨리는 목소리가 고요한 법정 안에서 메아리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부장판사 박정민)가 18일 1979년 세 살 나이에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2016년 한국으로 추방된 애덤 크랩서(한국명 신송혁)씨가 대한민국과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최종 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홀트는 신씨의 친부모가 있는데도 기아호적(고아호적)을 만들어 입양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이름도 본명 ‘신성혁’이 아닌 ‘신송혁’으로 기재됐다. 기아호적을 만들면 양부모가 아동을 직접 보지 않고도 대리인을 통해 입양할 수 있는 대리입양이 가능하다.
이에 신씨는 홀트가 입양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홀트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해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했다며 2019년 홀트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신씨의 사건은 해외 입양인이 국가를 상대로 입양 과정의 문제를 지적한 첫 손해배상 소송이다.
신씨는 당초 최종 변론기일인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해 자신이 겪은 일을 진술하기로 했으나 진술 1주일여를 앞두고 현 주거지인 멕시코로 떠났다.
김 변호사는 “(피고들이) 입양이란 선의를 앞세우며 사과하기 보다 변명하고 심지어 원고가 잘못해 추방됐다고 주장한다”며 “선의로 포장된 일의 피해자는 누구의 선의도 다시 믿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들은 국가간 입양의 기본 의무라 할 수 있는 입양 아동의 국적 취득 조력 및 확인을 다하지 않았다”면서 “피고들은 친부모가 있는 원고를 기아(고아)로 만들어 입양 의뢰 5개월 만에 해외 입양을 진행해 고액의 입양 수수료를 받은 것 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홀트 측은 입양아동의 국적 취득 절차 여부를 확인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기관은 입양아동이 입양된 국가의 국적을 취득했는지를 확인하고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지만 신씨가 입양되던 1979년에는 그 조항이 없었다는 것이다.
홀트 측 대리인은 “원고에게 있었던 일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당시의 법 절차에 따른 행위였고 사후 관리 의무가 없음에도 신씨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