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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국민 메신저’ 앞세워 문어발식 확장…기본 놓쳤다

입력 | 2022-10-18 17:05:00

PC용 카카오톡의 오류 안내문. 뉴스1


나흘째 이어진 ‘카카오 먹통’ 사태는 카카오가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그에 따라 지켜야 할 보안·안전 등 기본에는 미흡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앞세워 각종 산업에 진출한 카카오식 성장방식이 문제 원인 중 하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시장점유율은 80~90%에 달한다. 카카오엔터테인멘트의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멜론도 순방문자 점유율로 약 50%를 차지한다. 각각 2016년, 2017년 설립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대출시장 점유율 8.7%와 결제 금액 점유율 19%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있다. 서비스 체류시간으로 산정한 시장점유율은 98%에 달한다. 2013년 이래로 흔들림 없이 국민의 절대 다수가 이용하는 메신저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의 독점산업은 다른 사업 분야로 확장하는데 제약이 있었던 것과 달리 플랫폼 기업 등 정보통신서비스업 기반의 신생 독과점기업은 확장이 손쉽다. 카카오 계열사 수는 8월 현재 134곳에 달한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제약 없이 빠르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관련 시스템 안정성 확보 등 기본을 챙기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국민의 절대다수가 민간 서비스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 확대, 수익성 극대화 등에 데이터시스템의 ‘재해복구(DR)’ 구축 등 기본이 우선순위가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사고로 그나마 전산 관련 정부 당국의 규제를 받고 있는 금융 서비스는 심각한 차질을 받지 않았지만 나머지 각종 교통 서비스, 대국민 서비스 등은 공공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큰 차질을 빚었다.

카카오는 2020년에야 4000억 원 규모의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계획을 세웠다. 박병호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데이터를 이중화하거나 DR을 갖추는 데는 그만큼 비용이 든다. 카카오는 내년부터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예정이었는데 그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를 겪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판단”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상품과 제품을 우대하는 등 독과점 지위를 다른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올해 안에 플랫폼 심사지침을 마련해 플랫폼 특성에 맞는 독과점 지위 판단 기준과 금지 행위 등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새로운 규제는 만들지 않고 명확한 기준을 세운다는 취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심사지침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소위 나쁘게 활용해 제대로 된 시장경제가 작동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공정거래 차원에서 개입이 불가피하다”며 “투명하고 일관된 지침이 필요하다. 지침을 국제적 여건 등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의 한계와는 별도로 정부가 독과점 규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천대 최경진 법과대학 교수는 “카카오가 시장에서 독점 중이기 때문에 재난 대응 투자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은 타당하지만 남용까지 이어진 상황은 아니다”라며 “독과점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본질을 흐릴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는 시장 독점적 지위를 갖고도 재난 대응 대비를 잘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안이나 안전 인증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통해, IT 기업이 규모가 커지면서 그에 걸맞은 신뢰·안전성 확보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