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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美 항암 바이오업체 8000억에 인수… 신약 확보·시장 진입장벽 해소 ‘일타쌍피’

입력 | 2022-10-18 19:08:00

LG화학, 나스닥 상장 업체 ‘아베오’ 인수합병
아베오, 신장암 치료제 보유… 파이프라인 3종
업계 최초 美 FDA 승인 신약 보유 업체 인수
2027년 아베오 매출 5000억 기대
신학철 부회장 “바이오사업 40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정표”




LG화학이 국내 업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미국 항암제 기업을 인수하기로 했다.

LG화학은 미국 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 이하 아베오)’를 약 8000억 원(5억66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18일 밝혔다. 국내 기업이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해외 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화학은 아베오 지분 100%를 인수한다.

아베오는 지난 2002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 보스톤에 설립된 업체다. 임상개발과 허가, 영업, 마케팅등 항암시장에 특화된 종합 역량을 갖춘 기업이다. 2010년 나스닥에 상장됐고 작년에는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가 FDA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포티브다는 출시 후 매 분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500억 원 규모로 전망하고 있다. 오는 2027년에는 매출 실적 50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포티브다와 면역항암제 병용임상이 성공하면 치료 범위 확대에 따른 추가적인 매출 실적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아베오 미국 현지 사옥

인수합병은 LG화학이 보유 자산 등을 활용해 미국 보스톤 소재 생명과학 자회사 ‘LG화학 라이프사이언스이노베이션센터(LG CBL, LG Chem Life Science Innovation Center)’에 인수자금을 출자하고 LG CBL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아베오 합병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수합병과 관련해 아베오 주주총회 과반 승인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심의 등 현지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사회 이후 합병 완료까지는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LG화학 측은 전망하고 있다.

LG화학은 이번 인수를 통해 단기간에 미국 내 항암 상업화 역량을 확보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다양한 자체 개발 신약을 출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보험과 약가제도, 유통구조 등이 국내와 다른 체계로 운영되기 때문에 신약 개발 단계부터 현지에 특화된 상업화 역량이 요구된다. LG화학 측은 직접 진출이 어려운 시장이지만 항암 분야는 전문 소수 의료기관 중심 판매 조직으로도 사업 운영이 가능해 성공적으로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아베오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베오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

아베오가 판매 중인 신장암 치료 신약 포티브다는 지난 8월 미국항암치료가이드라인(NCCN Guideline) 권고 약제 지위(Category 1 Recommendation)를 획득했다. 주요 신장암 치료제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아베오는 포티브다 외에 임상 3상에 돌입한 두경부암 치료제(Ficlatuzumab) 등 항암 파이프라인 3개를 확보하고 있다. 계획대로 개발이 성공하면 모두 2030년까지 FDA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고형암 세포치료제 등 9개 항암 파이프라인을 포함해 통풍,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비만 치료제 등 총 20개의 개발단계(전임상 및 임상)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미국 상업화 역량을 조기에 확보해 신약 출시 초기부터 시장 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LG화학은 친환경 소재와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추진해왔다. 이번 미국 바이오업체 인수는 신약부문 글로벌 사업 기틀을 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약부문의 경우 항암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글로벌 혁신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아베오 인수를 통해 관련 역량을 내재화하고 오는 2027년 생명과학부문 매출 실적을 2조 원 규모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번 인수 결정은 LG화학 바이오사업 40여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미국 상업화 역량을 지속 강화해 현지 매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항암 중심 미국 임상 및 허가 역량을 높여 글로벌 혁신 제약사 도약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