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 유전-노화 등으로 발생하는 난청, 시간 지나면 뇌기능 떨어지기도 전기자극 활용하는 ‘인공와우’, 청신경 직접 자극해 소리 감지 재활 성공 시 최대 효과 볼 수 있어
인하대병원 김규성 교수(이비인후과)가 청력 저하의 과정과 인공 와우 이식술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보청기로 해결하기 어려운 청력 회복을 인공 와우 이식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하대병원 제공
송모 씨(71)는 청력이 나빠져 5년 전부터 보청기를 착용해야 했다. 올해 초부터 청력이 더 나빠지면서 사람들과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웠다. 상대의 입술 모양을 유심히 살펴 겨우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불편한 일상은 계속됐다, 친구 등 주변 사람과의 만남도 시간이 흐를수록 두려워졌다. 결국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아 심각한 증상을 얘기하던 중 ‘인공 와우 이식술’을 받으면 청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가족과 상의한 후 수술을 결정했다.
송 씨는 6월 중순 수술 전 검사에서 의료진이 들려준 10개의 단어 중 하나도 제대로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청력 상태가 안 좋았다. 하지만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은 지 2개월 만에 대부분의 단어를 알아듣고 가족들과의 대화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난청이란 쉽게 말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증상이다. 청각이 저하되거나 상실된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대화가 힘든 것에 그치지 않고 가족이나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킨다. 사회에서 개인을 고립되게 만들기도 한다.
난청 발견 후 5년 이상이 지나면 뇌기능 저하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치료나 관리가 늦으면 수술을 해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난청을 방치하면 언어와 정서, 지능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난청은 선천성 난청과 후천성 난청으로 나뉜다. 선천성 난청은 50% 이상이 유전적 요인으로 생긴다. 인구 1000명당 1명꼴로 태어날 때부터 언어적 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의 난청을 가지고 있다.
후천성 난청은 노화가 주된 원인이다. 보통은 30대 후반부터 청각의 노화가 시작되는데 고령일수록 더 많은 빈도로 발생한다. 노화 이외에도 중이염, 종양, 뼈 질환, 대사 및 면역 이상, 외상, 소음 등의 영향으로 난청이 나타나기도 한다.
재활훈련은 청각 능력 교육 및 훈련 전문가인 전문 청능사와 함께 일정 기간 동안 매핑(Mapping)을 하며 진행한다. 매핑은 최적의 소리 환경을 위해 이식한 인공와우를 조율해 주는 작업이다. 평소 환자와 가장 대화를 많이 나누는 보호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보호자의 도움으로 평범한 일상에서도 재활훈련을 하면 짧은 기간 내에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인하대병원은 2004년 인천지역 최초로 인공와우 이식술을 시행했다. 지역 내 난청 환자들의 청력을 되찾아주는 등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 환자를 위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치료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김 교수는 “난청은 언어, 정서, 지능, 치매 등 다양한 건강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인공 와우 이식술은 가장 마지막 단계의 난청 치료 방법인데, 수술 후 의료진의 관리와 본인의 재활 노력으로 일정 수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중증 난청 환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