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지수 작년초 1만2000서 5000대로… 만기전 회복 못하면 원금손실 위험 국내 연계규모 11조8658억원, 관련 상품 15%가 손실 가능성 증시침체로 3분기 ELS 발행액 32%↓… 일각선 “ELS 투자에는 오히려 기회”
2년 전 퇴직한 A 씨는 지난해 1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 중 하나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7억 원을 들여 가입했다. 만기 3년 동안 H지수가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연 5.5%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A 씨는 “설마 증시가 반 토막 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퇴직금까지 동원했다.
○ H지수 연계 ELS 15%가 손실 위험
올 들어 글로벌 증시가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ELS 상품들이 줄줄이 손실 위험에 처했다.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나 종목이 만기까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지만 그렇지 않고 손실 발생 기준선인 ‘녹인 배리어(barrier)’ 밑으로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이다. 평상시 같으면 원금이 대체로 보장되고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높지만 요즘처럼 증시가 요동치게 되면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상품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증시 침체로 발행액도 30% 이상 급감
국내외 증시 침체로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ELS 발행액도 급감한 상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ELS 발행금액은 2분기(4∼6월) 대비 31.6% 감소한 7조9194억 원에 그쳤다.반면 많은 투자자가 조기 상환에 실패하면서 미상환 발행 잔액은 늘었다. 3분기 미상환 발행 잔액은 68조7442억 원으로 작년 3분기 대비 29.4% 급증했다. ELS는 가입 후 일정 시기가 지나면 기초자산이 사전에 계약된 범위에서 움직일 때 이자를 받고 조기 상환할 기회를 주는데, 증시 급락으로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상품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다만 증시가 내릴 만큼 내렸다는 판단에 지금이 ELS 투자 적기라고 판단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수가 저점이라고 생각해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