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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망치로 PC 부수고 ‘이화영 파일’ 없앤 쌍방울, 뭘 감추려 하나

입력 | 2022-10-19 00:00:00


쌍방울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쌍방울 측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과정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법인카드 사용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지난해 11월 쌍방울 직원들은 컴퓨터에서 ‘이화영’을 검색해 관련 파일이 있는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 컴퓨터를 망치로 때려 부수기도 했다.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쌍방울 계열사 대표의 휴대전화를 미리 다른 사람에게 맡긴 적도 있다고 한다.

쌍방울그룹 부회장으로 대북사업을 총괄한 방모 부회장이 증거인멸 작업을 총지휘했다. 2019년 1월 수십억 원을 미국 달러로 환전해 직원 60여 명에게 나눠주고 책이나 화장품 케이스에 몰래 숨겨 인천에서 중국으로 당일치기로 운반하게 한 것도 방 부회장이었다. 특히 방 부회장은 중국 선양공항 화장실 등에서 직원들을 만나 달러를 수거했다고 한다. 상장회사 직원들에게 마약을 은닉하듯 달러를 몰래 숨겨 해외 공항 화장실로 출장을 보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쌍방울의 중국 사업을 총괄했던 방 부회장은 쌍방울그룹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의 최측근이다. 올 5월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할 당시 싱가포르와 태국으로 함께 출국했다가 귀국한 뒤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최근 구속 기소됐다. 중국에서 북측 인사를 접촉한 김 전 회장, 방 부회장 정도만 중국에 밀반입된 달러를 북측에 건넸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방 부회장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고, 김 전 회장은 언제 귀국할지조차 알 수 없다.

대북 사업은 위험 부담이 워낙 커 사기업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쌍방울이 북한의 희토류 공동개발과 같은 생소한 대북 경제협력 사업에 갑자기 뛰어든 배경부터 석연치 않다. 쌍방울이 대놓고 증거를 인멸하고, 김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해 출국한 것은 대북 송금 의혹의 꼬리를 감추려고 했던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 쌍방울과 유착 의혹이 제기된 배후까지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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