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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미·EU “봉쇄” 中 “자립” 기술패권전쟁 개막, 韓 생존전략 찾아야

입력 | 2022-10-19 00:00:0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연설 후 행사장을 떠나며 인사하고 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베이징=AP/뉴시스]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이 최고전략문서를 통해 서로를 향한 적대의식을 드러내면서 전면전을 벌이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 3대 경제권인 유럽연합(EU)도 중국을 “파트너가 아닌 경쟁자”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술·경제 장벽 없는 세계’를 전제로 수출을 주력 성장엔진으로 삼아 온 한국의 설 자리가 크게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6일 “핵심기술 난관을 돌파하는 전쟁에서 결연히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신의 집권 3기 전략적 청사진을 밝히는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 업무보고에서다. 그는 ‘과학기술 자립’을 다섯 번이나 언급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반도체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미국은 앞서 12일 군사 외교 경제 등 전 분야를 포괄하는 최상위 전략문서인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것을 이룰 능력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로 지목했다. 지금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의 ‘기술 봉쇄’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EU도 중국을 ‘전면적(all-out) 경쟁자’로 규정하기 위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미국의 대중 봉쇄에 EU가 훨씬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한국은 미중 갈등에 심대한 타격을 받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반도체 40%를 중국에 팔지만, 미국의 장비와 기술 없인 제품을 계속 만들 수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의 40%가량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다. 미국의 장비수출 통제에서 1년 유예조치를 받았지만 중장기적인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난국을 돌파할 전략을 정부가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기업들은 각자도생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대기업들은 자체 로비스트를 고용해 미국 의회 설득에 나서고, 중국 사업을 유지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내년 사업계획도 못 세우고 있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경제’란 현 정부 국정철학은 자유무역 퇴조, 강대국들의 자국 우선주의 등 급변하는 현실에 맞춰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미래 경쟁력을 지키고, 미중 경제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부 차원의 산업전략이 절실하다. 국제정세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고, 기업에 대한 지원과 연구개발(R&D)투자를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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