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등 대형공사 불안
19일 레미콘 공장 셧다운이 현실화되면 골조공사 중단 등 전국 건설현장의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레미콘 공장 모습. 동아일보DB
현재도 유연탄 가격 폭등으로 인한 시멘트-레미콘 업계의 공급가 조정 줄다리기가 두 달 가까이 진행 중이다. 공급가 조정이 잘 마무리된다 해도 새로운 시멘트 가격을 바탕으로 레미콘사와 건설업계가 한 번 더 가격 협상을 해야 한다. 여기에 3기 신도시 등 대형 공사를 앞두고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골재 시장, 최근 수해로 생산 차질을 빚은 철근 업계까지 곳곳이 ‘지뢰밭’이다.》
○ 되풀이되는 건설 현장 ‘셧다운’
18일 건자재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심 일부 공사 현장은 이달 초부터 한동안 레미콘을 공급받지 못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조 소속 수도권 5개 지부(동남북, 안양, 부천, 고양파주, 성남광주)가 서울 4대문 안 레미콘 운송 거부에 나섰기 때문이다. 노조는 서울 도심 건설 현장 레미콘의 60∼70%를 공급하던 삼표 성수공장이 철거된 뒤 거리가 먼 경기 지역에서 레미콘을 조달하느라 조합원 피로도가 가중됐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4월에는 골조공사 전문 업체들로 구성된 철근콘크리트연합회가 자재비 급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인력난으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호남·제주지역을 시작으로 부산·울산·경남(5월), 서울·경기·인천(7월)으로 셧다운이 확대됐다. 공사는 시공사들이 공사비 증액을 약속한 뒤 재개됐다. 수도권 철근콘크리트연합회 관계자는 “건설노조원 채용 강요 등 불법 행위로 인건비 부담은 늘고 업무 효율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가 자구책 차원에서 또다시 셧다운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환율-전쟁-수해에 건자재 가격 급등
공사 중단 사태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원자재 가격이 환율 급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그나마 시멘트와 철근 가격을 끌어올렸던 유연탄, 철스크랩(고철) 등 원자재 가격은 최근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태풍 힌남노 수해 타격과 전기료 인상, 겨울철 난방 수요 증가 등 외부 요인으로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멘트 값은 지난해 7월 5.1%, 올해 2월 17∼19%, 지난달 12∼15% 등 1년 2개월간 약 35% 올랐다. 올해 3차례 오른 전기료 인상분은 아직 시멘트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인건비와 자재값이 올라 수익성이 떨어지며 적자가 심해지고 있다. 연이은 셧다운으로 공사 기간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골재 수급 불안, 건축물 안전에 영향”
대규모 신도시 건설 때마다 수급 취약점이 드러난 골재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골재는 건설공사 용적의 70∼80%를 차지하는 주요 기초재료다. 하지만 환경규제 강화와 허가량 제한으로 공급이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골재 공급 실적은 2억4400만 m³로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2억5600만 m³에 못 미친다. 2019년부터 3년간 계획하고도 공급하지 못한 물량은 4600만 m³에 이른다.
특히 품질이 우수한 천연골재 공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건축물 안전과 직결된 콘크리트 강도는 주재료인 골재 품질에 의해 결정된다. 선별·파쇄골재 등 대체골재 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품질이 일정하지 못한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골재 공급난이 심한 일부 지역은 토분(土粉)이 많이 섞인 마사토를 콘크리트 원자재로 사용하는데, 일부 업체는 비용 절감을 위해 토분을 세척하지 않고 그대로 유통시키기도 한다. 토분이 많은 골재를 사용하면 콘크리트 강도가 저하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골재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품질관리를 강화한다지만 법제화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함량 미달의 불량 골재가 유통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 “건자재 수급 안정 위한 종합대책 필요”
이처럼 건자재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건설자재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범부처 종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 등 대외 변수가 여전한 데다 도급 방식으로 공사를 수주하는 건설시장 특성상 납품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