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말리 알메이다의 일곱 개…’로 심사위 “삶 죽음 넘나드는 여행 선사”
부커상을 수상한 스리랑카 작가 셰한 카루나틸라카가 17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라운드하우스에서 트로피와 수상작을 들어 보이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스리랑카의 작가 셰한 카루나틸라카(47)가 소설 ‘말리 알메이다의 일곱 개의 달’로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했다. 1992년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수상한 마이클 온다치에 이은 스리랑카 작가의 두 번째 수상이다. 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상으로, 영어로 쓴 소설 작가에게 주어진다. 스리랑카는 5월 국가부도 선언 후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이날 총 6편의 후보작 중 만장일치로 카루나틸라카의 소설을 선정했다. 이 소설은 불교를 믿는 스리랑카 주류 싱할라족과 힌두교를 믿는 타밀족의 내전이 한창이던 1990년 수도 콜롬보를 배경으로 사진작가 말리 알메이다를 통해 내전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 위원회 측은 “독자들에게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롤러코스터 같은 여행을 선사한다”며 이 책의 대담함, 유머 등에 감탄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커밀라 왕비가 시상자로 나섰다. 카루나틸라카는 “스리랑카에 더 이상 인종 공격, 부패 등이 통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퍼지기를 바란다”며 10년 후에는 이 소설이 서점 내 정치풍자 코너가 아니라 판타지소설 코너에 비치되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5만 파운드(약 800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1975년 스리랑카 남부 갈에서 태어난 그는 뉴질랜드로 건너가 매시대를 졸업했다. 영국,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에서 저술, 광고 업무 등을 담당하다 2010년 크리켓 경기를 통해 내전을 묘사한 ‘차이나맨’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