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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내 술에 혹시?… ‘퐁당 마약’ 즉석 검사키트 나온다

입력 | 2022-10-19 03:00:00

경찰, 휴대용키트 개발 내년 보급
술자리서 바로 확인 성범죄 예방




‘혹시 내 술잔에도 마약이?’

최근 클럽 등에서 술이나 음료에 몰래 마약을 타 중독되게 만들거나 의식을 잃게 한 뒤 성범죄 등을 저지르는 ‘퐁당 마약’ 범죄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경찰이 음료에 마약이 섞였는지 간편히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검사 키트를 개발해 내년부터 시중에 보급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 필로폰과 코카인은 물론이고 ‘데이트 성폭행 약물’로 알려진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속칭 ‘물뽕’) 등 주요 마약 성분을 즉석에서 탐지할 수 있는 마약 검사 키트를 개발해 최근 시제품을 선보였다.

경찰은 2018년 이른바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마약 투약 후 성범죄 예방 필요성을 절감하고 2019년부터 키트 개발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키트를 통해 시민들이 자신도 모르게 마약이 섞인 음료를 마시는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스티커형 키트에 마약 닿으면 변색… ‘술잔에 몰래 타기’ 막는다


‘마약 검사키트 내년 시판’





누구나 쉽게 쓸수있는 휴대용 키트… 스티커형, 폰-가방 등에 붙여 사용
손에 음료 찍어 문지르면 바로 확인, 스트립형은 잔에 담가 색 변화 체크
경찰-마약수사관용 키트도 개발… 기존 간이 검사보다 정확성 높아



경찰이 일반인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마약 검사 키트를 서둘러 개발한 것은 ‘퐁당 마약’ 범죄가 급속하게 확산 중이기 때문이다. 13일에는 20대 남성 프로골퍼가 마약을 숙취해소제라고 속여 동료 선수에게 먹인 혐의로 구속됐다. 올 7월엔 서울 강남구의 유흥주점 종업원이 손님이 몰래 마약을 탄 술을 마시고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지금까지 마땅치 않았다. 이 때문에 유흥업소 종업원 사이에선 “현장에서 뚜껑을 딴 경우에만 술을 마셔라” “맛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뱉어라”라는 등 임기응변식 대처 방안이 공유되는 실정이다.
○ 손가락으로 찍어 문지르면 확인 가능

일반인이 쓸 수 있도록 스티커 형태로 제작된 마약 검사 키트 시제품(왼쪽 사진)과 경찰용 키트 분석 기기. 정희선 교수 제공

경찰청은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 등과 일반인용 마약 검사 키트를 공동 개발했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시제품은 가방과 휴대전화 등에 부착할 수 있는 ‘스티커형’과 긴 종이 모양으로 잔에 담그기 쉽게 디자인된 ‘스트립형’ 등 2종류다.

스티커형 키트는 음료가 미심쩍을 때 손가락으로 찍어 스티커에 문지르면 마약 성분 여부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뽕’ 검출용과 필로폰, 엑스터시(MDMA), 케타민, 코카인 등 검출용 2종류가 있는데 물뽕 검출용의 경우 음성이면 스티커의 노란색이 그대로 유지되고, 양성일 경우 스티커 절반이 연두색으로 변한다. 가능하면 동석자 등의 주의를 적게 끌면서 시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스트립형 키트는 리트머스시험지처럼 잔에 담긴 액체에 직접 키트를 담가 색 변화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역시 마약에 따라 2종류가 있는데 필로폰 등 검출용 키트의 경우 양성일 때 키트 중앙에 검은 원이 생긴다고 한다.
○ 정확도 높인 현장 경찰용 키트도 개발
경찰은 검사 정확도를 높인 ‘현장 경찰용 키트’와 ‘마약 전문수사관용 키트’도 개발 중이다. 최근 마약 관련 범죄가 급속히 늘면서 경찰이 교통사고 및 강력범죄 현장 등에서도 용의자를 대상으로 마약 검사를 빈번하게 진행하는 만큼, 새 키트가 개발되면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 경찰용 키트와 마약 전문수사관용 키트는 현재 쓰이는 마약 간이 검사보다 정확도가 한층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사용하는 간이 검사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처럼 음성, 양성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배우 이상보 씨가 간이 검사키트의 오류로 마약을 투약했다는 오명을 썼다가 정밀 검사 후 누명을 벗기도 했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관은 “현재 사용하는 키트는 마약 투약 ‘가능성’ 정도만 나타내는 수준”이라고 했다.

경찰이 개발 중인 경찰관용 키트는 휴대 가능한 별도의 분석 장치로 시료를 분석하도록 해 정확도를 대폭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희선 교수는 “현재 마약 간이 검사 키트는 정확도가 70∼80% 수준인데 개발 중인 키트는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현재 간이 검사 키트가 6종 안팎의 마약을 검출할 수 있는데, 새 키트는 16종까지 검출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

정확도가 높은 마약 검사 키트가 보급되면 경찰의 초동 대처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마약류 관련 사건의 경우 지구대, 파출소 경찰관이 출동해도 강력계 형사나 마약수사대가 오기 전까지는 실제 음료 등에 마약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서울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마약 투약이 의심돼도 마약수사대가 오기 전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어 신속한 증거 파악과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전문수사관용 키트는 마약사범의 손이나 주머니 등에 살짝 묻은 극미량의 마약까지 검출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이 키트가 수사에 도입되면 수사관이 은닉된 마약을 찾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배지현 인턴기자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