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모여든 나비들. 동아일보DB
서울대 정수종 환경대학원 교수 연구팀(박사과정 조유라, 석사과정 백장미)은 식물 꽃잎이 자외선 영역에서 발현하는 색의 변화를 연구해 19일 이같이 밝혔다.
식물의 표피 조직에는 자외선을 흡수하는 색소인 플라보노이드가 있다. 이 색소는 인간의 멜라닌 색소와 비슷하다. 식물 표피에서 이 색소가 많이 몰린 곳은 자외선을 많이 흡수해 색이 진하게 발현되고, 이 색소가 조금 있는 곳은 자외선을 적게 흡수해 옅은 색을 발현한다.
연구팀은 국립생물자원관과 국립수목원이 1968년부터 2018년까지 한반도 각지에서 채집한 총 477점의 동의나물류 건조 표본 꽃잎을 대여했다. 이들 꽃잎을 특수한 자외선 장비로 촬영해 자외선 흡수부위 비율이 유의미하게 확인되는 꽃잎 144개를 골랐다. 그 다음 이 꽃잎을 1990년대 이전(22개), 2000년대(76개), 2010년대(46개) 등 3개 시대로 나눠 살펴봤다.
그 결과 꽃이 채집된 지역의 20km 반경 안에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곳과 비교해 꽃잎의 자외선 흡수 부위 비율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에서 채집된 꽃잎일수록 자외선 발현색이 옅어졌다는 뜻이다. 벌과 나비가 알아볼 수 있는 꽃잎의 색이 옅어진 셈이다.
연구팀은 이 원인을 대기오염 때문으로 해석했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그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져 자외선의 지표면 도달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꽃잎의 플라보노이드가 자외선을 흡수하는 비율도 줄어들었다는 것.
도시화가 진행되면 대기 중 에어로졸(미세먼지)이 늘어 자외선 지표 도달량이 줄어든다는 선행 연구들을 근거로 들었다. 자외선은 파장이 가장 짧아 미세먼지 같은 장애물에 의해서도 쉽게 차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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