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 시도는 제1야당 심장부에 대한 침탈행위다.”
19일 오후 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수사와 관련해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을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고 8시간 가까이 대치를 이어갔다. 조정식 사무총장과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해 국정감사 중이던 의원들도 일제히 당사로 달려와 검찰의 압수수색에 결사항전 태세로 맞섰다. 대치가 길어지면서 이날 오후 10시경 이재명 대표도 당사에 도착했고, 민주당 측 철통방어에 검찰은 결국 오후 10시 50분 경 압수수색을 포기하고 일단 철수했다.
野 “무도한 야당 탄압”
민주당은 김 부원장 체포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그동안 주장해 온 ‘정치 보복’ ‘야당 탄압’ 등의 표현을 애써 배제하며 ‘로 키’를 유지했다. 논평에서도 “당분간은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만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유지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검찰이 민주연구원 사무실이 있는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즉각 기류가 바뀌었다. 국감을 중단하고 당사로 모여 달라는 박홍근 원내대표의 공지에 의원 50여 명이 당사 앞으로 몰려든 것. 이 자리에서 조 사무총장은 “김 부원장의 자택, 신체, 차량, 그것으로 모자라 중앙당사에까지 왔다”며 “김 부원장은 부원장에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개인 소장품이나 비품을 갖다 놓은 것도 일절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야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물러서지 않으면서 대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은 상임위별로 조를 짜서 24시간 정치탄압 규탄 피케팅 시위로 대응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임위별로 의원들이 대부분 동참하면서 계파 구분 없이 거의 대부분의 의원이 참여한 셈”이라고 했다. 법무부 장관 출신인 박범계 의원은 현장에서 “임의 제출 방식으로 얼마든 영장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일단 철수하면 원하는 자료를 임의 제출 방식으로 압수하도록 하겠다”고 설득했다.
● 李 당혹감 속 침묵
이 대표는 이날 하루 종일 김 부원장의 체포 소식에 침묵을 지켰다.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 후 “김 부원장을 측근으로 언급하지 않았느냐” “체포 소식을 미리 알고 있었느냐” 등 이어지는 취재진 질문에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고 이날 밤 회의를 위해 찾은 당사 앞에서도 침묵을 이어갔다. 전날 밤 트위터에 “‘이재명 조작 수사’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 글을 공유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정치적 결백’을 호소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검찰의 칼끝이 김 부원장 외에도 이 대표의 또 다른 핵심 ‘측근’인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실장을 겨누고 있다는 점에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부원장에 이어 정 실장까지 검찰에 옭아매이면 이 대표에게도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에 이날 당사에 모인 의원들도 술렁였다고 한다.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며 “불법 대선자금은 기존 허위사실 유포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고 전했다.
현실화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히 당내에서 이 대표 주식 투자 논란을 둘러싸고 불거진 이른바 ‘갈치 논쟁’과 맞물리면서 “지적할 건 지적해야 한다”는 기류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와 측근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빨리 일단락지어야지, 정쟁거리로 확대하면 오히려 당에 해가 된다”고 했다.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