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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부진에 ‘시장조성자’ 역할 커지는데… 증권사 절반 등돌렸다

입력 | 2022-10-20 03:00:00

참여 증권사 1년새 14→6곳으로




최근 증시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조성자 제도’가 반쪽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 당국의 무리한 제재로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이 참여를 꺼린 탓이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증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거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어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9월 시장조성 업무가 재개된 이후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증권사는 6곳으로 집계됐다. 1년 전 업무가 일시 중단되기 직전의 14곳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시장조성 대상이 되는 종목도 코스피 248개, 코스닥시장 295개로 지난해(코스피 332개, 코스닥 346개)에 비해 각각 25%, 15% 감소했다.

시장조성자는 거래소가 지정한 증권사들이 거래가 부진한 종목에 대해 매도·매수 호가를 내며 매매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제도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거래를 활발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특히 유용한 제도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증권사를 무더기 징계한 여파로 증권사들이 회피하면서 제도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시장질서 교란 및 시세조종 혐의로 시장조성자였던 국내외 9개 증권사에 대해 48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올해 7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면서 과징금은 없던 일이 됐다.

징계는 철회됐지만 당시 과징금 통지서를 받았던 골드만삭스, SG증권 등 외국계를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부국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모두 올해 시장조성자 참여를 포기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조성자 업무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당국의 해석에 따라 범법 행위자가 될 수 있다는 규제 리스크가 더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시장조성자 업무가 온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제 증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거래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장조성 업무가 원활히 이뤄졌던 지난해 2분기(4∼6월) 시장조성 대상 코스피 51개 종목의 거래 체결률은 60.4%였다. 하지만 업무가 중단된 지난해 9월부터 체결률은 계속 떨어져 올 3분기(7∼9월) 48.1%에 그쳤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경제 상황뿐만 아니라 시장조성 업무 중단도 증시 하락세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시장조성 업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규제 리스크를 줄이고 세제 혜택 등을 확대해 제도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한국은 전체 상장 주식의 30% 정도를 시장조성 대상 종목으로 선정하는 반면에 미국은 전 종목을, 독일 영국 등은 80∼90% 종목을 지정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조성자 제도를 신속하게 정상화하고 확대하는 것이 부진한 증시 상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