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현 산업1부 기자
최근 저출산과 관련한 뉴스를 보다가 댓글 하나가 눈에 확 띄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댓글. 연속극 마지막 회에 나올 법한 문구에 이 땅의 미래가 사라지고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담은 표현이다. 짧은 한 문장에 한국의 흥망성쇠가 담긴 것만 같아 인터넷 창을 닫지 못한 채 한참을 들여다본 기억이 있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은 연도별 출생아 수를 보면 잘 드러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981년 태어난 출생아는 86만7400명, 1991년 태어난 출생아는 70만9300명이다. 2001년엔 56만 명으로 출생아 수가 줄었고 지난해인 2021년 출생아는 26만6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40년 사이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3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주위의 젊은 부부들에게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들어 보면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아이의 ‘계층’을 부모 수준으로 유지해 주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거 형태가 곧 계층의 징표가 된 한국 사회에서 소득과 자산 보유 정도에 따라 아이를 하나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는 편을 택하는 부모가 많아진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자녀 세대가 스스로는 물론이고 국가의 미래까지 떠받쳐야 하는 이중고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2070년이 되면 국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전체의 46.4%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17.5%)보다 28.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사회가 고령화한다는 건 우리 자식 세대가 벌어들일 소득 중 상당 부분이 노년층 부양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부모가 아이를 ‘풀세팅’해 사회에 내보내려는 마음을 마냥 욕심으로 몰아세울 수 없는 이유다.
저출산이 이어지며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를 두고도 여론이 분열된다. 누군가는 특정 정부의 부동산 대응으로 원인을 돌리고 누군가는 아이를 낳지 않는 부모가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며 손가락질한다. 저출산은 꼬일 대로 꼬여 엉킨 실타래의 시작점이 어딘지도 모를 복잡한 문제다. 누군가를 지적하는 건 손쉽지만 문제 해결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가 자랄 미래는 어둡고 현재는 혼란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을까’ 하고 쉽게 마음먹을 수 있을까. 그나마 미래 세대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연금 등 개혁안들은 논의가 답보 상태다. ‘대한민국’이라는 역동적인 성공 이야기가 정말 여기까지이진 않을까 우려스럽다.
송충현 산업1부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