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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폐동맥 고혈압 위험 높이는 유전자 경로 찾았다”

입력 | 2022-10-20 09:51:00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박준빈 교수, 박찬순 전임의.


폐동맥 고혈압을 촉진하는 구체적인 유전자 경로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Sox17 유전자 결핍이 암세포 성장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HGF/c-MET 신호전달경로를 통해 폐동맥 고혈압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경로를 표적으로 삼는 약제를 개발한다면 폐동맥 고혈압의 치료 성적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은 순환기내과 박준빈 교수(박찬순 전임의)와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인준 교수 공동연구팀이 Sox17 유전자로 인해 유발되는 폐동맥 고혈압의 유전적 기전을 연구해 이같이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폐동맥 고혈압은 폐동맥 압력이 높아져 폐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급사 위험이 높은 심혈관 질환이다. 여러 치료제가 개발됐음에도, 지금까지 사망률이 높고 발병 원인도 명확하지 않아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며 폐동맥 고혈압과 연관된 유전체가 발견되고 있다. 혈관내피세포에서 발현돼 혈관 항상성을 유지하는 Sox17 유전자도 그중 하나다. Sox17이 결핍되면 폐동맥 고혈압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유전자가 폐동맥 고혈압을 유발하는 기전에 대해선 정확히 연구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폐동맥 고혈압의 발생 기전을 확인하기 위해 혈관내피세포 Sox17 결핍 생쥐를 대상으로 전사체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Sox17 결핍그룹은 일반그룹에 비해 간세포성장인자(HGF)가 혈관 내피세포에서 더 많이 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HGF는 c-MET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의 성장과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물질로, HGF/c-MET 경로는 암의 생성 및 악화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반면 HGF/c-MET 경로와 폐동맥 고혈압의 상관관계는 그동안 보고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Sox17 결핍 생쥐를 3개 그룹으로 구분해 ▲기존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c-MET 수용체 억제제 ▲두 약물 모두를 각각 투여했다.

3주일 후 폐동맥 고혈압의 대표적 표현형(우심실 수축기 압력, 폐 근육화 정도, 우심실 비대 정도)를 비교한 결과, c-MET 억제제 그룹의 폐동맥 고혈압 개선 효과는 기존 치료제 그룹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두 약물 모두 투여한 그룹은 다른 그룹들에 비해 개선 효과가 현저히 우수했다.

이 결과는 HGF/c-MET 경로가 폐동맥 고혈압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 경로를 차단할 경우 질환을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박준빈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환자마다 임상 양상과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양한 질환”이라며 “향후 환자들에게 유전체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를 제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찬순 전임의는 “암 예후와 관련된 HGF/c-MET 경로가 폐동맥 고혈압과 관련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 경로를 약물 표적으로 활용하면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진 폐동맥 고혈압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혈관분야 국제학술지 ‘혈액순환 연구(Circulation Research, IF:23.213)’에 실렸다.

(서울=뉴스1)